
지난 4월 취임한 이반 에스피노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3일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닛산의 희망퇴직에 이어 일본 공장 2곳까지 폐쇄한다는 계획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해지고 있다. 토요타자동차, 혼다에 이은 일본 시장 3위인 닛산이 과연 부활에 성공할 수 있냐는 의문 때문이다.
닛산의 뿌리는 19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도쿄대의 전신인 도쿄테이코쿠대학을 졸업한 아이카와 요시스케(鮎川義介·1880~1967)가 미국에서 주조기술을 배워 1910년 도바타이모노(戸畑鋳物)라는 회사를 세운다. 닛산의 전신이 된 회사 중 하나다. 1933년 일본산업과 도바타이모노가 출자해 자동차제조를 설립했는데, 이것이 바로 닛산의 시작이다. 92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닛산이 사업재편에 나선 데에는 실적 부진이 있다. 2023년만 해도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2024년 4월~2025년 3월)엔 연결 기준 6708억엔(약 6조45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전기차 시장에선 중국에 밀렸고, 주력인 북미시장에서 차량 판매는 부진한 탓이었다. 혼다와의 통합을 통해 반전을 노렸지만 이 역시 올초 무산되면서 위기에 빠졌다. 여기에 트럼프 정권의 관세폭탄까지 예고되면서 닛산은 내년 3월까지 최대 4500억엔(약 4조3200억원)에 달하는 관세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 외에 실적 예상조차 내놓질 못하는 상황이 됐다.
혼다와의 경영통합이 무산된 뒤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반 에스피노사 CEO는 일본 공장의 낮은 가동률에 주목했다.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공장 가동률은 56.7%. 손익분기점(약 80%)과 한참 거리가 멀자, 생산 체제 재편에 나섰다. 닛산의 생산능력은 총 350만대. 내년까지 80만대, 2027년까지 20만대를 줄여 총 250만대로 생산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닛산의 생산 축소는 2만 곳에 달하는 거래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닛케이는 “지방 중소기업의 영향도 커, 부품 메이커 퇴출과 재편을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2018년 11월 도쿄 거리의 대형 스크린 앞에서 행인들이 닛산의 이사회가 카를로스 곤 회장을 해임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