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닛산' 어쩌다가…"2만명 구조조정" 18년만의 희망퇴직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닛산이 대규모 희망퇴직에 들어간다. 경영악화로 인한 인력 조정은 18년만의 일이다.

지난 4월 취임한 이반 에스피노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3일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취임한 이반 에스피노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3일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닛산은 약 2만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오는 7월부터 두달간 조기 퇴직 신청을 받는다. 희망퇴직 신청 안내는 이미 직원들에게 통지된 상황으로 정확한 인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퇴직 신청 대상자는 45세 이상 65세 미만 사원으로 개발과 생산, 디자인 분야의 직원은 제외된다.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3일 실적발표와 함께 전체 직원의 15% 감원, 전체 생산 거점 17곳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 인도 등 7곳의 통·폐합을 발표한 바 있다. 

닛산의 희망퇴직에 이어 일본 공장 2곳까지 폐쇄한다는 계획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해지고 있다. 토요타자동차, 혼다에 이은 일본 시장 3위인 닛산이 과연 부활에 성공할 수 있냐는 의문 때문이다. 

닛산의 뿌리는 19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도쿄대의 전신인 도쿄테이코쿠대학을 졸업한 아이카와 요시스케(鮎川義介·1880~1967)가 미국에서 주조기술을 배워 1910년 도바타이모노(戸畑鋳物)라는 회사를 세운다. 닛산의 전신이 된 회사 중 하나다. 1933년 일본산업과 도바타이모노가 출자해 자동차제조를 설립했는데, 이것이 바로 닛산의 시작이다. 92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닛산이 사업재편에 나선 데에는 실적 부진이 있다. 2023년만 해도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2024년 4월~2025년 3월)엔 연결 기준 6708억엔(약 6조45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전기차 시장에선 중국에 밀렸고, 주력인 북미시장에서 차량 판매는 부진한 탓이었다. 혼다와의 통합을 통해 반전을 노렸지만 이 역시 올초 무산되면서 위기에 빠졌다. 여기에 트럼프 정권의 관세폭탄까지 예고되면서 닛산은 내년 3월까지 최대 4500억엔(약 4조3200억원)에 달하는 관세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 외에 실적 예상조차 내놓질 못하는 상황이 됐다.

혼다와의 경영통합이 무산된 뒤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반 에스피노사 CEO는 일본 공장의 낮은 가동률에 주목했다.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공장 가동률은 56.7%. 손익분기점(약 80%)과 한참 거리가 멀자, 생산 체제 재편에 나섰다. 닛산의 생산능력은 총 350만대. 내년까지 80만대, 2027년까지 20만대를 줄여 총 250만대로 생산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닛산의 생산 축소는 2만 곳에 달하는 거래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닛케이는 “지방 중소기업의 영향도 커, 부품 메이커 퇴출과 재편을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2018년 11월 도쿄 거리의 대형 스크린 앞에서 행인들이 닛산의 이사회가 카를로스 곤 회장을 해임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8년 11월 도쿄 거리의 대형 스크린 앞에서 행인들이 닛산의 이사회가 카를로스 곤 회장을 해임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각에선 현재의 닛산이 ‘카를로스 곤 체제’부터 계속돼온 나쁜 경영 풍토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닛산은 1999년 실적부진으로 파산 위기에 빠지자 르노에서 카를로스 곤 COO(최고운영책임자)를 파견받는다. 공장 폐쇄 등이 담긴 ‘닛산 리바이벌 플랜’으로 닛산은 V자형 회복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장직까지 오른 그가 ‘비밀 연봉’을 받으면서 오랜 시간 수입을 축소하고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2018년 체포되면서 닛산의 조직 문화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보석 상태에서 수사를 받던 곤 전 회장은 영화에서 나올 법한 탈출극을 감행해 레바논으로 도주해 일본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