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에서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과제를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글 작성 과정을 전부 녹화해 유튜브에 올리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유튜브 캡처
미 휴스턴 다운타운대 학생인 리 버렐(23)은 2학년이 된 뒤 수강한 필수 작문 수업에서 최종 성적의 15%에 해당하는 과제를 냈다가 0점을 받았다. 담당 교수는 "과제 작성을 AI 챗봇에게 맡긴 것으로 보인다"고 0점 처리 이유를 설명했다.
버렐은 억울했다. 챗봇에 의존하지 않고 이틀 동안 초안을 작성하고 수정했는데도 대표적인 표절 탐지 프로그램인 턴잇인이 "표절 발견"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버렐은 작문 과정을 스크린샷으로 인증한 15쪽 분량의 PDF 파일을 영문학과 학과장에게 제출했다. 그 덕에 낙제를 면했다.
버렐은 NYT에 "글쓰기 과정을 담은 93분짜리 유튜브 영상도 올렸다"며 "영상 만들기는 귀찮았지만, 마음의 평화를 위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지 않은 일(AI를 이용한 표절) 때문에 성적을 못 받을까 봐 불안했다"고 덧붙였다. NYT는 "버렐의 사례는 정직한 학생이 왜곡된 환경에서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고 짚었다.
신문에 따르면 이같은 사례는 미 대학가에서 적지 않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과제를 할 때 몇 시간씩 화면을 녹화해 증거를 남긴다. 일부는 키보드 입력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워드 프로세서만 써서 과제를 한다고 한다.

2023년 1월 5일 뉴욕시 학교 관계자들은 챗 GPT를 차단했다. 표절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P=연합뉴스
실제로 메릴랜드대 연구진이 12개 AI 감지 서비스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6.8%의 확률로 사람이 쓴 글을 AI가 생성했다고 잘못 표시했다. 2023년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이 서비스들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의 과제를 잘못 분류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NYT는 학생들이 자기가 완성한 과제인데도 "AI를 썼다"고 비판받거나, 학점을 못 딸 수 있다는 데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턴잇인 홈페이지
UC버클리대, 밴더빌트대, 조지타운대 등은 턴잇인의 탐지 기능을 비활성화하기로 했다. 제네 콘 UC버클리대 학습센터 소장은 NYT에 "AI 표절 프로그램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학생과 교수의 관계를 돕기보다 오히려 해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턴잇인은 NYT의 보도에 대한 논평은 하지 않으면서도 "턴잇인이 AI를 이용한 표절을 판단하는 유일한 요소로 쓰여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