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야생 너구리 주의보…'감염병 옮길라' 정밀검사한다

야생 너구리 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도심에 출몰하는 야생 너구리를 대상으로 광견병 등 인수공통감염병 10종과 파보바이러스 등 개과(犬科) 동물 주요 질병 13종에 대한 정밀 검사를 한다고 20일 밝혔다. 전국 지자체 중 야생 너구리 대상 각종 검사를 하는 건 서울시가 최초다. 검사는 서울시 야생동물구조센터의 협조를 받아 도심공원과 주택가 등에서 구조된 너구리로부터 관련 시료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7월 서울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에서 발견된 너구리 사람이 접근해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서울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에서 발견된 너구리 사람이 접근해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있다. [연합뉴스]

 
너구리에 대한 정밀 검사에 나서는 건 도심에서 야생 너구리를 마주치는 사례가 늘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을 옮길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연구원 측은 “너구리는 개과 동물로, 반려견과 유사한 바이러스ㆍ세균성 질환에 걸릴 수 있으며,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병원체를 전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너구리 구조 건수 매년 증가세

지난해 서울연구원의 ‘서울 도심지 출몰 야생 너구리 실태조사 및 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면적의 약 32%가 너구리 서식 가능 지역이며, 25개 자치구 중 24개에서 너구리가 관찰됐다. 너구리 구조 건수 역시 2022년 63건에서, 지난해에는 117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지난 4월 인천 연수구 송도동 수변 산책로에서 발견된 너구리. '개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선충에 감염되면 몸 전체의 털이 빠지고 심한 가려움과 만성 피부염을 유발한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인천 연수구 송도동 수변 산책로에서 발견된 너구리. '개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선충에 감염되면 몸 전체의 털이 빠지고 심한 가려움과 만성 피부염을 유발한다. [연합뉴스]

 
게다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초까지 사전 조사를 한 결과, 구조된 너구리와 채취된 진드기에서 인수공통감염병과 반려동물 관련 병원체가 다수확인됐다. 다만 물림 사고 시 피해가 큰 광견병은 검출되지 않았다. 

너구리 대상 모니터링과 검사는 연중 상시 진행된다. 시는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야생동물에게 먹이주기 않기 ▶먼저 다가가지 않기 ▶자극 주지 않기 등의 ‘긍정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주성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은 “이번 모니터링은 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에 기반한 능동적 대응으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역 및 보건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