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섬네일 걸어라, 첫 3초에 갈린다…숏폼 영업비밀

고수 크리에이터는 다 아는 ‘숏폼 영업비밀’

경제+
10초짜리 영상 하나에 인생이 바뀐다는데. 스마트폰 하나만 있다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때마침 틱톡·인스타·유튜브 등 기존 숏폼 플랫폼에 네이버·당근도 뛰어들면서 판도 커졌다. 8세 초등학생부터 30세 직장인까지 ‘숏폼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는 형국. 그런데, 막상 직접 뛰어들면 이 시장, 만만치 않다. 플랫폼마다 ‘알고리즘 타는 영상’이 다르고, 어떻게 찍은 숏폼이 ‘고퀄(High Quaility) 영상’ 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준비했다. 숏폼 크리에이터 성공 가이드. 한 마디로, 인플루언서 되는 법. 현직 크리에이터 10명의 숏폼 제작 노하우와 미래 전망까지 모두 담았다.

릴스 ‘친구’ 유튜브 ‘일상 공유’…플랫폼별로 ‘성공 키워드’ 달라 

◆숏폼이 말하는 숏폼 플랫폼=먼저 숏폼 원조 ‘틱톡’은 가장 자유로운 알고리즘을 자랑한다. 윤철 틱톡 코리아 크리에이터 총괄은 “틱톡은 릴스나 쇼츠보다 팔로워나 구독자가 적더라도 글로벌 콘텐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콘텐트 기반 알고리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팔로워가 적은 크리에이터라도 잘 만든 영상이라면 수백만 명에게 추천하기 때문이다. 틱톡 출시 4년 뒤인 2021년 메타는 틱톡을 추격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의 숏폼 서비스 릴스(Reels)를 출시했다. 틱톡이 ‘콘텐트 추천 기반’이라면, 릴스는 ‘사용자 활동’ 기반이어서 ‘팔로워·해시태그’ 중심으로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릴스와 비슷하게 구독자 중심 알고리즘인 유튜브의 ‘쇼츠’는 영향력 면에선 가장 강력하다. 전 세계에서 매달 20억 명이 시청하고 하루 700억 회 이상 재생된다. 쇼츠는 800억 개 디지털 신호(좋아요·싫어요·체류 시간 등)를 분석해 사용자 맞춤 알고리즘을 제공한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선 채널 성장을 가속화하는데 활용하기 좋다. 쇼츠로 유입된 시청자가 롱폼(긴 분량의 동영상)까지 소비하고 구독자가 되는 ‘숏폼→롱폼→구독’ 선순환 구조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토종 플랫폼 가운데는 검색·쇼핑 등 기존 네이버 생태계와 결합한 ‘클립(Clip)’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전년 대비 클립 재생수는 4배, 생산량은 5.5배 증가했다. 네이버는 클립 영상 아래엔 스마트스토어,  플레이스 같은 서비스를 배치했다. 숏폼을 본 뒤 상품 구매나 음식점 예약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당근은 숏폼 플랫폼 중 가장 늦게 출발한 후발주자. 2023년 11월 ‘당근 스토리’ 서비스를 강남·서초·송파에서 시작해 현재는 전국으로 확대했다. 당근 크리에이터는 앱 내에서 5초~1분 이내 짧은 영상으로 동네 맛집 등 지역 정보를 소개한다. 중고거래 서비스처럼 거주 지역 기반 노출이 핵심이라 팔로워 없이도 이웃에게 콘텐트가 노출된다.

틱톡, 팔로워 적을 경우에 유리…국내 서비스론 클립·당근 두각 

◆크리에이터 성공 법칙은=10명의 숏폼 크리에이터를 인터뷰한 결과, 성공 법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첫 3초다. ‘스크롤’에 웃고 우는 숏폼 세계에선, 이 3초 동안 콘텐트의 운명이 갈린다는 뜻. 현재 업로드 가능한 가장 짧은 숏폼 영상 길이는 3초(틱톡)이기도 하다. 구독자 30만 명의 쇼츠 크리에이터 ‘오!모’는 찢어진 바지를 입고 등장해 허벅지나 수박에 ‘팬 아트’(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캐릭터를 그림 등으로 표현한 창작물)를 그린다. 초반 3초 안에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다. 그다음 중요한 요소는 섬네일(미리보기 화면)이다. 숏폼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섬네일은 ‘사람 얼굴’이다. 황유진 릴스 크리에이터는 “섬네일에 사람 얼굴이 있는 영상의 클릭률이 확실히 높다”고 말했다. 예컨대 요리 숏폼 영상을 찍는다면, 완성된 음식보단 한 입 먹고 깜짝 놀란 얼굴을 섬네일로 쓰면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 짧은 영상일수록 디테일도 중요하다. 전직 댄서로 춤을 가르치는 쇼츠 크리에이터 ‘몸치탈출연구소’는 “15초 영상을 위해 30번 정도 촬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음악을 느리게 틀어놓고 천천히 춤을 추는 과정을 반복해 정확도를 높이는 식이다. 짧다고 대충 만들기보다 컷 편집, 자막, 효과음 하나까지 공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성공 비밀은 성실함. 알고리즘은 몰라도 ‘1일 1영상’ 같은 꾸준함은 알아준다. 패션 계정 ‘퀸소복’을 운영하는 박소연 릴스 크리에이터는 “주 3회 같은 시간에 반복 업로드했고, 업로드 직후 댓글을 달아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높인다”고 말했다. 좋아요·댓글·공유 등 반응이 빠른 숏폼 영상이 알고리즘을 탄다는 믿음이다. 영어 일상 계정 ‘레이첼에너지’를 운영하는 황유진 크리에이터도 “출근(7:30), 퇴근(17:30) 시간에 예약 업로드 기능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호기심·섬네일·디테일·끈기 ‘핵심’…숏폼시장 포화? 여전히 블루오션 

◆숏폼 제작 꿀팁은=그런데 촬영도, 편집도 시작하려면, 뭔가 많은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나. 하지만 숏폼 크리에이터들 이야기는 다르다. “스마트폰부터 켜서 촬영하면 끝”이라고 말한다. 휴대성과 화질을 모두 갖추고, 촬영부터 편집·업로드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숏폼 맞춤 도구가 스마트폰이라는 것. 틱톡 크리에이터 ‘젼언니’는 “아이템이 생기면 스마트폰을 고정하고 기본 조명으로 바로 찍는다”고 말했다. 박소연 릴스 크리에이터도 “감도 있는 영상을 원하는 브랜드가 있을 때만 하이엔드 카메라를 쓴다”고 말했다. 편집 도구부터는 취향에 맞게 쓰면 된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앱은 ‘캡컷(CapCut)’. 자르기·붙이기·속도 조절 등 기본 기능을 무료로 제공한다. 고급 자막 효과 기능이나 데스크톱 사용은 유료(프로 월 19.99달러) 가입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무료 앱은 편집 영상에 워터마크가 붙지만, 이게 불편하다면 ‘유컷(YouCut)’도 대안이다. 워터마크 없이 컷편집·자막·배경음악 삽입 등이 가능하다. ‘블로(VLLO)’도 자주 쓰이는 앱으로 일회성 결제(4만5000원)만으로 다양한 기능을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앱 설치가 귀찮다면, 플랫폼 내 편집 기능 활용을 추천한다. 유튜브는 자체 촬영 영상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자르고 자막이나 BGM을 넣는 작업이 가능하다. 인스타그램도 누구나 쉽게 릴스를 만들 수 있도록 ‘템플릿’ 기능을 제공한다. 마음에 드는 릴스를 골라 편집 스타일 그대로 사진이나 영상을 넣어 숏폼을 만들 수 있다. AI는 숏폼 제작 환경도 뒤바꾸고 있다. 네이버 클립은 여러 영상에서 주요 장면을 추출해 자동으로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어주는 ‘AI 하이라이트’ 기능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도 AI 더빙·립싱크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숏폼 시장, 더 커진다=숏폼 플랫폼 관계자·크리에이터 대부분은 “업계가 아직 블루오션”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중국 칭화대 전자공학부 BNRist 연구소에서 쓴 ‘짧을수록 다르다: 숏폼 비디오 플랫폼의 역학 특성 분석’이란 논문 결론도 비슷하다. 이 논문은 “숏폼 플랫폼은 비인기 크리에이터도 히트작을 낼 확률이 높다”며 “숏폼 플랫폼은 진입장벽이 낮고 추천 알고리즘이 강력해 창작자 기회와 소비 방식 모두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크리에이터가 소비자와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캡제미니(Capgemini)가 12개국 소비자 1만2000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응답자 중 30%가 인플루언서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나 제품을 알게 됐다고 답했다. 개인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를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 특히 숏폼 크리에이터는 빠른 콘텐트 생산력으로 트렌드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정제되지 않은 친근함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유튜브와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는 최근 공동 보고서에서 “전통 브랜드 광고는 제작부터 승인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크리에이터는 영상을 빠르게 실험하고 제작할 수 있다”며 “이런 민첩성 덕분에 소비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브랜드 메시지를 플랫폼에 맞게 전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