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동안 “하반신 마비” 연기…보험금 18억 챙긴 70대 결국

하반신이 마비된 것처럼 속여 25년간 산업재해 보험급여를 타낸 7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간병비를 타내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도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23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김병만 부장판사)는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70대 A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에게 간병비를 부정 수급하는 데 협조한 공범 70대 B씨에게는 징역 1년8개월이 선고됐다.

A씨는 지난 1997년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하지 마비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 상태가 호전돼 지팡이 없이 혼자 보행이 가능해진 뒤에도 25년간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하반신 마비를 가장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1999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상병보상연금, 간병료, 이송료 명목으로 총 18억4000여만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A씨가 실제로 받을 수 있었던 보험급여보다 약 12억원을 초과 수령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지인 등 타인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빌려 자신을 간병하는 것처럼 꾸민 뒤 B씨와 공모해 간병비 약 1억5900만원을 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A씨는 산업재해로 실제 하지가 마비되는 상황이 있었고 일부 증세가 회복되기는 했지만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있어 보인다”며 “다만 범행이 매우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으며 피해액이 18억원에 달하고 A씨가 실제 받을 수 있었던 장해급여액과 범행으로 받은 보험급여액 차액이 12억원에 달하는 점은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회복 가능성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정당하게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었던 근로자나 유족에 사용됐어야 할 공적 연금이 부당하게 지출돼 연금 재정 충실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실제 간병하지 않았음에도 간병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