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에 ‘비관세 장벽’ 해소 촉구…쌀·소고기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미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미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한국에 다수의 ‘비관세 무역 장벽’ 문제를 해소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지난 20~22일(이하 현지시각)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국장급 관세 기술 협의에서다.

25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펴낸 ‘2025 국가별 무역 평가 보고서(NTE)’를 언급하면서 한국 측의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 NTE에는 한국과 관련해 21건의 비관세 무역 장벽이 지목됐는데,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항목 전반을 두루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서로 매기는 관세가 사실상 없었던 만큼, 미 정부가 이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한국의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고기 수입 관련 규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한국은 월령이 30개월 이상인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막고 있다. 소고기 가공품(육포·소시지 등)의 경우 월령과 관계없이 수입을 금지한다. 미국산 쌀을 두 쿼터제를 운영한다. 저율관세할당 물량 13만2304t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에 대해선 513%의 관세율을 부과한다.

문제는 이 장벽들을 허물면 국내에서 사회·정치적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소비자들이 민감해 하는 품목들이라 자칫하면 모든 미국산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 미 정부는 ‘화학물질 관련 4개 법률(화평법·산안법·생활화학제품안전법·화관법)’에 대한 정비도 요구했다. “시행 지침 부족, 기업기밀 보호 미흡, 테스트 방식 및 대상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면서다. 또 ‘위치 기반 데이터(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을 풀어달라고도 했다.

정부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도를 투명하게 하는 등의 조치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개방할 경우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를 늘려 내수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처럼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첨단산업 분야를 국내에서 구글이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반발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요구들에 한정해 들어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미국에서 요구한다고 우리가 다 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양보하는 게 있다면 반대 급부가 확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주 초반에 범정부 차원의 대책 회의를 열고 대응 우선순위 항목을 논의한다. 이후 협상을 차기 정부에 넘기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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