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선거엔 패자가 없다…이재명·김문수 모두 띄운 ‘태풍주’

이재명·김문수 ‘에너지 공약’ 키워드 보니

경제+
6·3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야 후보들의 공약엔 교집합이 있다. 바로 에너지 분야다. 모두가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의 생존과 탈탄소 사회 구현을 위해 ‘에너지믹스’(다양한 에너지원 조합)를 강조했다. 각론에선 다소 차이가 있지만 어느 후보도 특정 에너지원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투자자들로선 에너지원의 비중을 따져 밸런스를 추구하는 게 안정적인 수익 전략이 될 수 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재테크 콘텐트 ‘머니랩’은 포스트 대선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라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유망 기업들을 살펴보고, 이들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해외시장 동향까지 점검해봤다.

AI전력 대비·기후위기 대응 필요…이재명·김문수 공약 교집합 많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에너지 공약이 겹치는 대표적인 지점은 ‘에너지 고속도로’ 등 전력 인프라 고도화와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생산을 큰 폭으로 늘리고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뼈대로 하는 기후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김 후보는 “전국 전력망을 ‘고속도로·국도·지방도’처럼 정교하게 연결해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 기반 분산형 에너지 체계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두 후보의 에너지 공약이 비슷한 배경은 크게 2가지다. 첫째,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으로 급증할 전력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다. 이 후보는 “국가적 명운을 걸고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때”라며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공언했다. 김 후보 역시 “AI 전 주기에 걸친 집중 투자와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기 먹는 하마’라 불리는 AI 활용을 감당할 전력 인프라는 아직 미약하다. 서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AI·반도체 연구소에선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첨단 장비를 갖추고도 전력이 부족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둘째, 기후위기 대응이다. 한국은 2016년 파리협정에 공식 가입하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이미 탄소중립기본법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겠다는 법정 목표가 명시돼 있다.

증권가에선 재생에너지 분야를 눈여겨본다. 꼭 대선 공약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정부 계획과 현행법 모두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향하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9년까지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을 75%, 풍력 발전 설비 용량은 540.2% 늘릴 계획이다. 해상풍력 발전의 경우 법적 초석도 완성됐다. 2025년 2월 27일 해상풍력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해상풍력발전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통합·간소화하고 정부가 개발사업을 주도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유망…송전망 고도화 수혜주도 큰 관심 

이 후보는 이 같은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후보는 2030년까지 남서해안에 20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풍력 설비용량(2.29GW)의 8.7배 수준이다. 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영호남과 동해안 등 전국에 세우고, 농촌 주택 태양광 설치와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대폭 확대해 농가 소득 증대와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주거지·도로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만 설치할 수 있는 ‘이격거리 제도’와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직접 전기를 구매할 때 높은 요금을 적용받는 ‘직접구매 제도’도 손보겠다고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늘어난다고 곧바로 송전량이 늘어나지 않는다. 발전량이 불규칙하고 발전소도 수요처(도심·산업단지 등)와 먼 곳에 있다. 이 때문에 잉여전력이 발생할 땐 흐름을 제어하거나 저장해 두고 전력이 부족한 곳이 생기면 신속히 이동시키는 계통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송전 거리가 먼 만큼 송전 손실도 줄여야 한다. 두 후보가 에너지 고속도로를 언급한 건 이 때문이다. 에너지 고속도로란 전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지와 대도시·산업단지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초고압송전망(HVDC)과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으로 연결하는 전력 인프라 구축사업을 뜻한다. HVDC는 거리에 비례해 전력 손실이 늘어나는 기존 교류(AC) 송전망보다 전력 손실이 적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 사용량과 공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필요한 곳에 적시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이 후보는 HVDC와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완성하고 2040년까지 한반도 전체를 U자형으로 감싸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해상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망을 하나로 연결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단지에 공급하겠단 목표다. 김 후보는 최대 전력망인 에너지 고속도로는 수도권·산업단지 등 대규모 전력 소비처에 사용하고, 지역 거점 도시엔 에너지 국도를, 소규모 산업단지나 마을·농가 등엔 에너지 지방도를 구축해 배전망을 세분화하겠단 계획이다.

글로벌 에너지시장 고성장 전망…해외 비중 큰 원전도 주목할 만 

두 후보는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에도 공감대가 있다. 김 후보는 “원전 비중을 60%까지 확대해 전기요금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이 후보도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가더라도 안정적 전원이 필요한 이상 원전을 조기에 극복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후보가 ‘재생중심·원전병행’ 입장이라면 김 후보는 ‘원전중심·재생병행’인 셈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다만 에너지주 대부분은 글로벌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내보다 해외 시장 규모가 훨씬 크고 주요 기업의 매출에서도 국내보단 해외 비중이 높아서다. 최근 미국에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공제 종료 시기를 2032년에서 2029년으로 앞당기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안이 하원을 통과하자, 재생에너지 관련주의 주가가 하락 반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중국 등) 우려 외국기관(FEoC)에 대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를 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어 오히려 한국 태양광 업체들에겐 (가격 경쟁력 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조사 기관인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가 2025년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을 531GW에서 684GW로 상향 조정한 것도 근거로 들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한국과 글로벌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밝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 세계가 AI 패권경쟁에 동참하면서 원전·태양광·풍력·수소·천연가스 등 가용한 모든 발전원을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는 ‘All of the above’가 글로벌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김효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팀장은 “원자력과 소형모듈형원자로(SMR)는 대선 공약으로 국내 시장도 확대 기류지만 그보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가 훨씬 중요하다”며 “최근 미국과 유럽의 원전 부흥 움직임을 타고 두산에너빌리티, 비에이치아이 등 국내 업체들에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규헌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 전력 수요 중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5%에서 2030년 3%로 증가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엔 발전 인프라가 필수적인 만큼 화석연료, 원자력, 재생에너지 모두에 신규 시장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