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한 서울 버스 노조…市 “3일간 파업 가능성 대비”

전국자동차노련 서울시버스노조 교섭위원들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서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자동차노련 서울시버스노조 교섭위원들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서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버스노동조합(버스 노조)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등이 수용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노조 간부가 삭발하고 공문·항의서·성명서 등을 통해 서울시·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버스 사업자)을 압박하고 있다. 버스노조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28일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 버스 노조는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교통회관 앞에서 ‘총파업 투쟁 승리 쟁취 버스 노동자 결의 대회’를 진행했다. 박점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결의대회에서 “대법원에서 결정한 통상임금은 법으로 보장된 조합원 개개인의 권리지만 서울시·사측이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라고 한다”며 “버스노동자를 값싸게 부리는 하인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 결의대회

서울시버스노조 노조원들이 26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 앞에서 총파업 투쟁 승리쟁취 버스노동자 결의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서울시버스노조 노조원들이 26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 앞에서 총파업 투쟁 승리쟁취 버스노동자 결의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서울 버스 노조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고 임금 인상률 8.2%를 요구했다. 하지만 버스 사업자 측은 먼저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임금 인상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파업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버스 사업자 측이 교섭에 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버스 노조의 주장이다. 서울시 버스 노조는 이날 “단체교섭을 사실상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엄중히 항의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사업자 측에 발송했다.


반면 사측은 “성실한 임금및단체협상(임단협) 교섭을 위해 노조와 실무 책임자급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며 “이 밖에도 다양한 경로로 노조와 소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27일 오후 1시에 노조 사무실이나 사업자 사무실에서 교섭하자는 내용의 공문도 발송했다. 하지만 사측은 “교섭 일정은 실무급 협의 중에도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일방적인 발표”라며 “본교섭은 임금체계 개편 등 현안에 대한 가닥이 잡히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배경엔 통상임금이 있다. 버스 노조는 사측이 그간 지급했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상임금은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등을 책정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최종 임금도 오르는 효과가 있다.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버스 노조는 “시내버스 사업주와 서울시 버스 정책 담당자들은 호들갑을 떨며 통상임금을 포기하라고 노동자들을 반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협상 시한 27일…불발시 28일 파업 

서울시 시내버스 노조가 28일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버스환승센터에서 승객을 태운 버스가 도로 위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시내버스 노조가 28일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버스환승센터에서 승객을 태운 버스가 도로 위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버스 노조가 파업할 가능성이 커지자 서울시는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는 노사 간 입장차가 커 파업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소 3일 이상 파업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을 점검하고 노조의 불법 조업 방해 행위에 대비한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서울시는 지하철을 1일 173회를 증회 운행한다. 출퇴근 시간을 현행보다 1시간 연장해 열차투입을 늘리고 지하철 막차도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운행한다. 25개 자치구도 주요 거점에서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117개 노선에서 625대의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만약 버스 노조가 위법한 방법으로 조업을 방해할 경우 경찰과 협조해 신속히 조치할 방침이다. 지난해 파업 당시 차고지 출입구에 차량을 무단 주차하거나, 버스 열쇠를 갖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운행하려는 버스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노조원도 있었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러한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에 해당하거나 쟁의행위 기본원칙을 규정한 노동조합법 위반”이라며 “현행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서울시는 시내 초·중·고등학교와 공공기관 등에 파업 기간 중 등교·출근 시간을 1시간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불법적인 조업 방해 행위에 엄정 대처하고 비상수송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노사는 시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원만히 임금협상이 마무리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