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가족의 민원에 시달리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유명을 달리한 제주 교사의 슬픔을 나누기 위해 전국 곳곳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전교조 세종지부 등 세종지역 5개 교원단체는 세종시교육청 로비에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지난 22일 숨진 제주 중학교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 전교조 세종지부]
전교조 세종지부와 세종교사노조, 세종교총 등 5개 단체는 세종시교육청 로비에 숨진 제주의 중학교 교사 A씨(40대)를 추모하는 공간을 설치하고 30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날 오후 5시에는 세종지역 5개 교원단체 대표가 공동으로 추모공간에 모여 A씨를 기릴 계획이다. 앞서 전교조 세종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오늘의 학교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악성 민원에 대한 제도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일에는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부 등 당국에 “더는 교사를 죽이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A씨 사망과 관련해 엄정한 수사와 순직을 촉구하는 서명을 6월 3일까지 진행 중이다.
대전교육청도 26~28일 사흘간 교육청에 추모 공간을 운영한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해당 지역인 제주도는 물론 전국의 교육계가 큰 충격과 슬픔에 잠겨 헌화와 추모를 통해 A씨를 기린다는 게 대전교육청의 방침이다. 추모공간에는 교원과 직원은 물론 학생, 일반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이번 사건을 통해 교사들이 안심하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교사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 속에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열린 전국교사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숨진 제주 중학교 교사 A씨를 애도하며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전교조 세종지부]
전교조 충남지부는 애도 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순직 인정을 촉구했다. 오수민 충남지부장은 “또 한 명의 교사가 교육활동과 관련된 민원으로 고통을 겪다가 제자들과 부대끼던 학교에서 쓰러졌다”며 “고인을 둘러싼 교육적 갈등과 심리적 부담이 어떤 상황에서 벌어졌는지 밝히고 조사 과정에서 유족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달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일선 학교의 민원창구를 관리자로 일원화해 교사가 직접 민원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도 요청했다.
전국 교사들 "엄정한 수사, 순직 처리" 촉구
충북교육청은 교육청 내 화합관 입구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30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분향소는 추모를 원하는 교직원과 학생, 도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학교 선생님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제주에서 또 발생했다”며 “충북 교육 가족도 온 마음을 다해 제주 교육 가족과 슬픔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강원교육청은 청내 6.25 희생 순직 교직원상 앞에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30일까지 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 중이다. 신경호 강원교육감은 “교육 현장에서 또다시 전해진 비보에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헌신과 사랑으로 학생을 가르쳐온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성명을 내고 “교육활동이 불신과 민원의 대상이 아닌 공동체의 신뢰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제주도교육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학생 가족의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제주 모 중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메모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제주교육청은 애초 25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던 분향소를 30일까지 연장했다. 분향소는 제주교육청 앞마당에 마련됐으며 추모를 원하는 교직원과 학생, 도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한편 지난 22일 새벽 제주의 한 중학교 창고에서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유족은 고인이 최근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민원을 받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