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백인 농부 학살' 의혹과 관련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쿰부조 은차베니 남아공 대통령실 장관은 현지 매체에 올린 성명에서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연간 7500만∼1억㎥의 LNG를 10년에 걸쳐 수입하는 내용을 담은 무역 패키지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은차베니 장관은 이를 통해 연간 약 9억∼12억 달러(약 1조2000억∼1조6000억원), 10년 동안 90억∼120억 달러(약 12조∼16조원)의 무역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남아공은 LNG를 구매하는 대신에 미국에 무역 패키지 형태로 자동차 부품을 포함해 연간 4만 대의 자국에서 만든 자동차를 무관세로 수출하고, 연간 38만5000t의 남아공산 철강과 13만2000t의 남아공산 알루미늄에 대한 무관세 수출 쿼터도 제안했다.
이같은 남아공의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날 이뤄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라마포사 대통령과 정상회담 모두 발언 자리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은) 어떤 분야에선 정말 존경받는 분이지만, 공정하게 말한다면 다른 분야에선 덜 존경받는 사람”이라며 “당신은 그들(흑인)이 땅을 빼앗도록 허용했고, 백인 농부를 살해하더라도 (법적 책임 등)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곤 관련 의혹에 대한 동영상을 상영하고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해명해보라”고 몰아붙였다. 모두 발언 뒤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하는 정상회담 관례도 무시하고 공동 기자회견만 진행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22일 “트럼프가 보여준 영상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촬영된 로이터 뉴스 영상화면으로 남아공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 없는 공개 모욕에 라마포사 대통령은 “영상 속 선동은 정부와 배치되는 소수 정당 관계자의 주장일 뿐이고, 누구도 토지를 빼앗을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런 행동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며 “우리나라에 범죄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범죄 행위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백인만이 아니고 대다수가 흑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회담 자리는 양 정상 간 공방장으로 변했다.
이런 와중에도 남아공은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무역·경제 협력 강화를 제안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대응하며 실리를 취하겠다는 남아공의 고육지책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관세와 광범위한 무역 문제에 대해 더 깊이 관여하기 위해 미 정부와 남아공이 경제 협력 채널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빈센트 마궤니아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은 “남아공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무역 협상 제안서에 담긴 내용”이라며 “추가 협상이 필요한 부분으로 최종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