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허영만 ‘각시탈’ 모신 1호 만화도서관… 첫 강연은 ‘K좀비’ 작가 주동근

다음 달 26일 개관하는 부산 연제만화도서관 전경. 사진 연제구

다음 달 26일 개관하는 부산 연제만화도서관 전경. 사진 연제구

27일 부산 연제구 연산3동 복합문화공간 3층에선 연제구 공무원과 자원봉사자가 서가를 정비하고, 책에 청구 기호를 붙이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특이한 건 바퀴 달린 책 수레에 빼곡히 담긴 책이 한 권도 빠짐없이 만화책이라는 점이다. 동화에서부터 무협ㆍ판타지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했다.

지자체 1호 만화도서관 개관 D-25  

연제구에 따르면 이 공간은 다음 달 20일 지하 2층ㆍ지상 4층(연면적 2067㎡) 규모의 연제만화도서관으로 문을 연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전국 첫 만화 전용 도서관으로 3만권 규모의 장서는 모두 만화이거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상 등 창작물과 만화 제작을 위한 이론ㆍ작법 관련 서적이다.

만화도서관 건립은 2021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생활형 SOC(사회간접자본) 공모’를 연제구가 따내면서 시작됐다. 공모 선정에 따라 국ㆍ시비 46억8500만원 등 총 99억1000만원을 들여 복합문화공간 건물을 지었다. 이 건물엔 연산3동 행정복지센터도 함께 입주한다.

부산 연제만화도서관 3층에 잇는 만화 제작실. 김민주 기자

부산 연제만화도서관 3층에 잇는 만화 제작실. 김민주 기자

지자체로서는 드물게 ‘만화 전용 도서관’을 기획한 데 대해 연제구 관계자는 “(공모 당시) 웹툰을 포함한 국내 만화가 이미 해외에서 ‘K-문화’ 주축으로 자리 잡던 시기다. 부산에선 웹툰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만화에 대한 확연한 인식 전환이 있었다”며 “이런 변화를 반영해 공모 단계에서부터 만화 전용 도서관으로 기획했다. 추진 과정에서 별다른 반대 의견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전만화 전시하고 체험 행사도

연제만화도서관 1ㆍ2층엔 만화라운지와 ‘만화의 숲’ 등 열람 공간이, 3ㆍ4층엔 만화 창작실과 상영ㆍ공연장이 들어선다. 보통의 공립 도서관처럼 회원 한 명당 5권의 책을 2주간 대출할 수 있다.  


단순한 만화 열람ㆍ대출 이외의 콘텐트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 1~3월 시민을 대상으로 소장 만화 기증 공모를 진행한 결과 1974년작 허영만 작가의 ‘각시탈’ 등 고전을 포함해 소장 가치가 있는 만화 448권을 기증받았다. 기증 만화책의 열람ㆍ대출은 불가능하지만 이용객에게 만화 내용까지 보여줄 수 있는 전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개관 후 첫 강연은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제작된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동근 작가가 맡기로 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 ‘K 좀비’ 콘텐트로 유명하며 프랑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ㆍ독일어 등으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부산 연제만화도서관에 공모를 통해 기증된 만화책. 김민주 기자

부산 연제만화도서관에 공모를 통해 기증된 만화책. 김민주 기자

 
도서관 안내ㆍ해설 역할을 할 15명의 도슨트 모집은 일찌감치 완료됐다. 연제구 관계자는 “만화 전용 도서관인 만큼 성인ㆍ아동 이용자가 골고루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도서관에 갖춘 제작ㆍ화상 장비 등을 이용해 직접 만화 콘텐트를 만들고 구현해볼 수 있는 과정 등 이용자 체험을 중시하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