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은 펄펄 나는데…희비 엇갈리는 외국인 타자 성적표

올해 프로야구 10개 구단 외국인 투수 농사는 전반적으로 '풍년'이다. 거의 전 구단이 외국인 에이스의 활약에 만족스러워 한다. 그러나 각 팀에 한 명뿐인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은 팀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웃는 팀 대부분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명제를 실감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 '3대장'인 삼성 라이온즈의 르윈 디아즈, LG 트윈스의 오스틴 딘, 롯데 자이언츠의 빅터 레이예스가 모두 올해 재계약에 성공한 '유경험자'들이다. 

삼성 디아즈. 사진 삼성 라이온즈

삼성 디아즈. 사진 삼성 라이온즈

KBO리그 2년 차인 디아즈는 올 시즌 홈런과 타점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6일까지 전 구단 타자 중 유일하게 20홈런 고지를 밟았고, 타점도 벌써 60점에 육박(58점)한다. 시즌 초반 타율이 1할대까지 떨어져 박진만 감독과 면담까지 했는데, 지난달 중순부터 드라마틱하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대로라면 올 시즌 홈런 54개까지 칠 수 있는 페이스다. KBO리그 50홈런 타자는 2015년 박병호(삼성·당시 넥센 히어로즈)가 마지막이다. 디아즈가 10년 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023년 LG의 '우승 청부사'였던 오스틴도 전임 타점왕의 기세가 여전하다. 오스틴은 지난 시즌 유일하게 130타점을 넘겨 타점왕(132개) 타이틀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홈런과 타점 양 부문에서 디아즈를 추격하고 있다. 26일까지 홈런 16개로 단독 2위에 올라 있고, 타점도 41점으로 2위 레이예스(42점)와 엎치락뒤치락한다. 올해로 LG에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벌써 구단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 자리를 예약하는 모양새다.   

LG 오스틴. 뉴스1

LG 오스틴. 뉴스1

레이예스는 올해도 '안타 기계'의 위용을 뽐낸다. 지난해 202안타로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새로 쓴 그는 26일까지 71안타를 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타율(0.317)도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높아 유일하게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팀 타율 1위인 롯데의 강타선에서 확실하게 중심을 잡는 존재다. 

반면 KT 위즈의 또 다른 '구관' 멜 로하스 주니어는 KBO리그 6번째 시즌인 올해 하락세가 뚜렷하다. 26일까지 타율 0.247, 홈런 7개, 21타점에 그쳐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한다. 지난해 타격왕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와 홈런왕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은 나란히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다. 두 팀 다 한창 중위권 순위 싸움 중이라 이들의 복귀를 오매불망 기다린다. 개막 전 '특급 신입'으로 기대를 모았던 패트릭 위즈덤(KIA 타이거즈), 제이크 케이브(두산 베어스), 에스테반 플로리얼(한화 이글스)은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지만, 팀의 기대에는 아직 못 미친다. 


롯데 레이예스. 연합뉴스

롯데 레이예스. 연합뉴스

외국인 타자 문제로 가장 고생한 팀은 단연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다. 공격력을 보강하려고 10개 팀 중 유일하게 '타자 둘, 투수 하나' 카드를 꺼냈는데, 패착이 됐다. 메이저리그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야시엘 푸이그와 지난해 삼성에서 방출된 루벤 카디네스가 모두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 투수력만 더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푸이그는 부상까지 겹쳐 결국 가장 먼저 짐을 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