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에도 한강뷰 배정"…갈등 커진 재건축 '소셜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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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기자 사진 이현 기자
아파트 단지 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구분 없이 섞어 배정하는 이른바 '소셜믹스' 정책이 재건축 사업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에서 이른바 '한강뷰' 임대 아파트를 배치하라고 요구하면서다. 

27일 정비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는 정비계획 통합심의에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의 설계안을 보류했다. 한강변 주·고층부에 임대 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형 평수를 섞어 넣으라는 주문이다. 조합 측은 한강 조망 임대주택 물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안을 마련 중이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2022년 4월 임대주택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소셜 믹스' 의무화 방침을 정했다. “주거에 대한 어떤 박탈감도 느끼지 않도록 소셜믹스를 이뤄야 한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기조에 따라서다. 도입 당시에는 큰 논란이 되지 않았으나, 최근 한강변 주요 단지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재건축 단지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강변에 배치된 임대주택 수만큼 '한강뷰' 조망이 가능한 조합원·일반분양 물량은 줄어든다. 한강 조망권을 갖춘 경우 같은 면적이라도 십수억 원까지 시세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분양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임대 가구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고층을 받고, 조합원은 한강이 안 보이는 저층에 배정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업성 저하로 정비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 여의도동 공작아파트에는 서울시 방침에 반발해 '소유주가 손해보는 재건축이 웬말이냐'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최근에는 임대주택과 일반분양의 동·호수를 분리해 추첨한 서울 대치동의 구마을3지구에 '20억원 기부채납'을 결정하면서 서울시의 '소셜믹스' 정책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는 관련법 개정 전(2017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구마을3지구가 법 해석을 잘못해 발생한 일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 방침대로라면 임대주택 10가구가 조합주택 자리로 나온다. 이에 감정평가 차액에 3.5배를 곱해 기부채납하기로 한 것"이라며 "임대 주택을 분리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일반 분양까지 지연되면서 조합도 피해가 크다"고 전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재건축 단지들의 반발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서울시는 '유연한 적용'으로 한 발 물러섰다. 오 시장은 27일 열린 조간 간부 회의에서 “(소셜믹스 관련)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해보자”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 변을 포기하는 대신 더 많은 임대 가구를 받는다던가 그야말로 여러 방안을 검토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합원 재산권 보호와 임대 차별 철폐 중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인지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 아파트의 목적인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물량을 대량 확보하고 빨리 공급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재산권 침해로 다투느라 사업이 지체되면 주택 공급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한강변 임대 배정을 고집하기보다 조합과 절충점을 찾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고소득 조합원과 저소득 임대 입주자가 자연스럽게 섞일 설계·운영을 고민해야지, 조망권 배정에 집착하진 말라는 의미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임대주택을 한 곳에 몰면 커뮤니티 전체에 부정적이라는 것이 연구결과로 나와 있다"며 "특정 뷰와 동에 따라 구분할 수 없게 전부 섞는 것이 소셜믹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동의가 있기 때문에 용적률 제한도 풀고, 한강뷰 세대수도 늘어난 것이다. 일정 부분 사회와 나눌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