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로비스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고교 육상선수권대회 높이뛰기 메달 시상식에서 AB 에르난데스(가운데)가 질린 웨트랜드(왼쪽), 렐라니 라루엘과 함께 1위 시상대에 올라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캘리포니아주 남쪽 후루파 밸리 고교 3학년생인 트랜스젠더 AB 에르난데스는 지난달 31일 주 중남부 도시 프레즈노 인근 고교에서 열린 주 고교 육상대회에서 여자 높이뛰기와 3단 뛰기에서 1위, 멀리뛰기에서 2위를 차지했다.

AB 에르난데스(왼쪽)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클로비스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고등학교 육상 선수권 대회 3단뛰기 메달 시상식에서 키라 간트 해처와 함께 시상대에서 1위 자리를 공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랜스젠더 선수가 미국에서 우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에르난데스의 출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비판과 연방 정부의 대응까지 이어지면서 전국적 논란으로 번졌다.
캘리포니아주는 2013년 제정된 주법에 따라 학생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부합하는 종목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에르난데스의 출전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대회를 주관한 고교육상연맹은 이번 주 초 특별 규정을 도입했다.
이 규정에 따라 에르난데스가 출전한 종목에서는 추가로 한 명이 더 메달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에르난데스가 출전하지 않은 경우의 순위도 공식 인정했다. 이로 인해 에르난데스는 높이뛰기와 3단뛰기에서 기록상 단독 1위였지만 시상식에서는 공동 우승자로 발표됐다.
높이뛰기 종목에서 에르난데스는 한 차례의 실패 없이 5피트 7인치(약 170㎝)를 뛰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록을 낸 두 명의 선수는 한 번씩 실패가 있었으나 연맹은 세 사람 모두를 공동 우승자로 인정했다. 연맹 측은 에르난데스의 기록을 인정하면서도 차순위 선수도 공동 우승자로 인정했다.
3단뛰기에서도 에르난데스는 가장 뛰어난 기록을 냈으나 시상식에서는 2위 선수와 함께 공동 우승자로 발표됐다.

AB 에르난데스(왼쪽)가 지난달 31일(토) 캘리포니아 클로비스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고등학교 육상 선수권 대회 3단뛰기 메달 시상식에서 키라 간트 해처와 함께 1위 시상대 위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회 기간 동안 경기장에서는 일부 관중들이 ‘여자 스포츠를 지켜라’는 문구가 적힌 분홍색 팔찌와 티셔츠를 착용했으며, ‘여자 스포츠에 남자는 안된다’는 배너를 단 항공기가 상공을 돌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 학생의 출전을 금지하지 않으면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법무부도 이번 사건이 연방법상 성차별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고교육상연맹 측은 “우리는 모든 학생 선수를 존중하며 학생들에게 소속감과 연대감, 경쟁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명을 담은 주법을 따르고 있으며 이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루파 밸리 고등학교의 트랜스젠더 학생인 AB 에르난데스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클로비스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고교 육상 선수권대회에서 경기장에 서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