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의 아버지' 천노엘 신부. 천주교 광주대교구 제공
천주교 광주대교구에 따르면, 천 신부는 6월 1일 오전 8시 30분(현지시간) 고향인 아일랜드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아일랜드에서 신학을 수학하고 1956년 사제 서품을 받은 후, 1957년 한국으로 건너와 67년 동안 선교와 사회복지 활동에 몸 바쳤다. 1958년 전남 장성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첫 사목을 시작한 그는 서울 서교동, 제주중앙본당, 광주 농성동본당 등 여러 지역에서 주임신부로 사목하며 신앙과 사랑을 실천했다.
천 신부는 국내 최초로 ‘그룹홈’ 개념을 도입해 지적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1981년 광주 남구 월산동의 주택에서 지적장애 여성 1명과 봉사자 2명과 함께 시작한 이 그룹홈은 이후 장애인 자립생활 모델의 시초가 됐다.
이후 그는 1985년 엠마우스복지관, 1993년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를 설립해 지적장애 및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들의 자활을 적극 지원했다. 천 신부는 “장애인은 보호받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철학으로, 인권 보호와 인식 개선에 앞장섰다.
그의 공로는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았다. 1991년 광주시 최초의 명예시민으로 선정됐고, 2016년에는 법무부로부터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받았다.
2023년 7월,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아일랜드로 귀국한 그는 조용히 생의 마지막을 맞았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2일 대교구청 대성당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조문을 받고 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오는 3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추모 미사가 집전된다. 장례 미사는 유해 도착 일정에 따라 추후 장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