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막판 변수 떠오른 ‘리박스쿨’ 의혹…경찰 수사 본격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댓글 조작 의혹을 받는 보수 성향 단체 ‘리박스쿨(이승만·박정희 스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 관련 역사 교육을 하기 위해 설립된 교육단체로 알려졌다. 최근 이 단체가 댓글 조작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늘봄학교 강사 채용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경찰은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리박스쿨 의혹과 관련해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지난달 31일 공직선거법상 유사기관 설치 금지 위반과 형법상 컴퓨터 등 업무방해 등 혐의로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 등을 경찰에 고발한 것과 관련해서다.

서울경찰청은 고발장이 제출된 지 하루 만인 지난 1일 사건을 사이버수사2대에 배당하고, 같은 날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박 직무대리는 “고발인 측 참고인 조사 등을 거쳐 추가 혐의가 있는지 검토하겠다”며 “필요한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고발 혐의 외 수사 내용에 따라 추가 혐의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단 계획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댓글 부대 운영 리박스쿨 관련 항의 방문을 마친 뒤 자리를 옮기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회, 용혜인, 윤건영, 채현일 의원. 뉴스1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댓글 부대 운영 리박스쿨 관련 항의 방문을 마친 뒤 자리를 옮기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회, 용혜인, 윤건영, 채현일 의원. 뉴스1

 
앞서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는 리박스쿨이란 단체가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 손가락 군대)’이라는 댓글 조작팀을 만들어 대통령 선거 관련 여론 조작에 나섰단 의혹을 보도했다. 또한 리박스쿨이 댓글 공작 참여자들에게 늘봄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민간 자격을 발급하고, 이들을 서울 시내 10개 학교에 투입했다는 의혹도 전했다. 늘봄학교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돌봄 및 방과 후 프로그램이다.

정치권, 국민의힘 연관성 두고 공방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에선 리박스쿨 측을 고발하며 공세에 나섰다. 2일 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2020년 리박스쿨이 유튜브에 게시한 ‘활동 보고 영상’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직접 등장했으며, 리박스쿨 대표는 2018년부터 김 후보와의 친분을 과시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박스쿨 주관 교육에 김문수TV가 협력사로 명시돼 있는 자료도 존재한다”며 “김문수 후보는 정말 리박스쿨을 모른다고 할 수 있는가. 오늘 당장 국민 앞에 관련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난 1일 경북 안동시 유세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리박스쿨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과 무관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확실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이날 경기도 의정부 유세에서 취재진과 만나 해당 사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댓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우리 당의 댓글도 누가 (무엇을) 다는지 모르는데 리박스쿨인지(에서 어떤) 댓글을 다는지 알게 뭔가”라며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물타기 공세’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부산 선대위 현장 회의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경수 전 지사가 지금 이 순간 총괄선대위원장에 앉아 있다”며 “(리박스쿨 의혹은) 2억3000만원 불법 도박, 반복된 여성 비하 댓글 등 이 후보 아들의 범죄를 덮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박스쿨 측도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늘봄강사 교육 과정 회원들에게 댓글을 강요하거나 조건으로 내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자손군을 희망한 시민들이 공론장에서 자발적으로 표현한 의견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라고 반박했다.

한편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2일 김 후보의 해명이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