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혼외자·내조 등 표현 바꾼다…부정적 용어 개선 추진

서울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한 어린이가 등원하고 있다.(※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서울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한 어린이가 등원하고 있다.(※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정부가 육아휴직, 유산·사산휴가, 혼외자, 외조·내조 등 결혼과 출산, 육아 등과 관련한 부정적 인식이나 편견을 줄 수 있는 용어들을 바꾸기 위한 본격적인 정비에 나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3일 결혼·출산·육아 관련 용어를 전면 검토한 결과 법령 용어 34개와 생활 용어 13개 등 총 47개를 정비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혼외자→출생 자녀, 외조·내조→배우자 지원 

그동안 육아휴직, 경력 단절 여성, 유산·사산 휴가 등 일부 용어가 직장 내 눈치 문화나 사회적 편견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저출산위는 결혼·출산·육아 등 용어들을 전면 재검토해 ‘유산·사산휴가’, ‘혼외자’ 등 법령용어 34개와 ‘외조·내조’ 등 생활 용어 13개 등 총 47개를 정비 대상 용어로 발굴했다.

예를 들어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쓰이는 용어인 ‘육아휴직’은 ‘쉬고 온다’는 어감이 부정적 인식을 주면서 제도 활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육아집중기간’, ‘육아몰입기간’, ‘아이돌봄기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산·사산휴가’는 상실의 경험을 상기시킬 수 있어 ‘회복휴가’ 또는 ‘마음돌봄휴가’로, ‘경력단절여성’은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경력보유여성’ 또는 ‘경력이음여성’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민법 등에 명시된 ‘혼외자’라는 용어는 ‘정상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출생자녀’나 ‘자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미숙아→이른둥이·조산아 ▶학부모→양육자 ▶치매→인지저하증·인지증 ▶성적 수치심→성적 불쾌감 ▶성희롱→성적 괴롭힘 ▶저출산→저출생 등의 법령용어들도 정비 대상으로 꼽혔다.

생활용어들 중에서도 가부장적인 용어로 지적된 ‘친(외)할머니’를 그냥 ‘할머니’로, 주 양육자를 엄마로 제한하는 ‘유모차’는 ‘유아차’로,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나온 ‘집(안)사람 / 바깥사람’이나 ‘외조 / 내조’와 같은 표현은 각각 ‘배우자’와 ‘배우자 지원’ 등으로 바꿔쓰자는 제안이 나왔다.

저출산위는 대체 용어가 마련된 32개 표현에 대해 이달 중 대국민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용어 변경의 필요성과 선호도 등을 파악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아울러 ‘결손가정’, ‘모자보건’, ‘부양의무자’, ‘직계존·비속’, ‘보호대상아동’ 등 아직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15개 용어에 대해서도 전문가 자문과 관계 부처 의견 수렴을 통해 대체 용어를 추가 발굴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같은 의견 수렴을 거쳐 관계 부처와 협의한 뒤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 개정을 제출할 방침이다.

저출산위는 “법령 용어는 현장 정착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대안 용어 병기 등 단계적 적용 방안을 마련하고, 생활용어는 대국민 캠페인 등을 통해 사회적 인식 개선과 공감대 확산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