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진수 도중 넘어진 5000t급 새 구축함을 바로 세우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범죄 행위"라며 진노하자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3일(현지시간) 함경북도 청진조선소 일대를 전날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이같이 분석했다. 해당 구축함은 사고 발생 이후 줄곧 선수 부분은 육지에, 선미 부분은 바다에 위치한 채 넘어져 있었다.

38노스는 북한이 수작업을 통해 구축함을 일으켜 세운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29일 해당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작업자들이 부두에서 선체에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로프를 당기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해당 사안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은 "지난 2일부터 선체를 세우는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며 "바지선과 크레인 등을 동원해 선체를 일으켜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선체에 매단 풍선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매체는 "구축함의 한쪽 면에 최소 30개의 방벽 풍선이 설치돼 있었다"며 당초 해당 풍선은 선체의 추가 침수를 막기 위한 용도로 추정됐지만, 선박을 바로 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38노스는 지난달 29일 위성사진을 근거로 함수의 소나(Sonar Bow) 부분에 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수리를 위해서는 선박을 지상으로 끌어내 대형 드라이 독(Dry dock)으로 옮겨야 하지만, 청진조선소에는 이런 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이 육지에 있는 선수 부분을 우선 수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38노스의 추정이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구축함은 선체가 바로 세워진 2일 위성사진에서도 함수 부분이 여전히 육상에 있는 진수 장치 위에 걸쳐 있는 모습이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달 21일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청진조선소에서 새로 건조한 5000t급 구축함 진수식을 진행하던 중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법 기관은 책임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조선소 실무 간부들과 이형선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어 북한은 지난달 23일 검찰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사고조사 그룹의 조사결과를 근거로 "침수 격실의 해수를 양수하고 함수 부분을 이탈시켜 함의 균형성을 회복하는데 2~3일, 현측 복구에 10여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이 직접 "용납못할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달 소집한 노동당 전원회의 전까지 긴급 복원하라는 지시를 내린 만큼 복구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