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가는데 따가운 시선...홍명보, 북중미서 명예회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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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 기자 사진 박린 기자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달성한 한국축구. [사진 KFA SNS]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달성한 한국축구. [사진 KFA SNS]

 
홍명보(56)가 각종 논란을 딛고 감독으로 ‘2번째 월드컵’에 도전하게 됐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9차전에서 이라크를 2-0으로 꺾었다. 조 선두 한국(5승4무·승점19)은 3위 이라크(승점12)와 승점을 7점 차로 벌리면서, 남은 한 경기에 관계없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권을 따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축구. [사진 KFA 인스타그램]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축구. [사진 KFA 인스타그램]

 
앞서 지난해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하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됐고, 6개월이 흘러 그해 7월에 홍 감독이 한국축구 지휘봉을 잡았다. 홍 감독은 K리그1 시즌 도중 울산 HD를 관둔 데다, 대한축구협회가 불공정한 절차로 홍 감독을 선임했다는 ‘특혜 의혹’까지 터졌다. 국민적 비난 속에 홍 감독은 국회에 출석해 절차를 해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팔레스타인과 3차예선 1차전이 열린 홈경기장에서 홍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한 팬들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부임 후 첫 경기에서 약체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기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 오만과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를 꺾으면서 비난 여론이 잦아드는가 했다. 그러나 3차예선 8경기에서 4승4무를 거둬 선두를 유지했지만, 정작 절대적으로 유리한 홈 4경기에서 3무승부에 그쳤다.


지난 3월 대표팀 경기 중계사는 엔딩 곡으로 ‘Lost Stars(길 잃은 별들)’를 틀었다. 영화 ‘비긴 어게인’의 OST였다. 홍명보호가 홈에서 연달아 비긴 점을 풍자해 ‘또 비겼네’라는 의미를 담아냈다. 한국은 3월 2연전에서 오만, 요르단을 상대로 졸전 끝에 1-1로 비겼다. 축구계 일각에선 유연성이 떨어지는 홍 감독의 전술을 지적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축구. [사진 KFA 인스타그램]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축구. [사진 KFA 인스타그램]

 
이번 이라크 원정 경기에서 홍 감독이 교체로 넣은 김진규(전북)와 오현규(헹크)가 골을 터트려 ‘교체 카드’가 적중했다. 다만 경기 초반에 이라크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고, 오세훈(마치다)에 의존하는 롱볼 전략에만 의존했다. 전반 26분 알리 알하마디가 거친 파울로 퇴장 당하면서 주도권을 되찾아왔다.

이번 3차예선 조편성은 일본, 이란, 호주, 사우디아리바아 등 강호들을 피해 어느 때보다 수월한 대진이었다. 경쟁팀 이라크가 약체 팔레스타인에 지는 등 운도 따랐다. 경쟁국 일본은 3개월 전에 이미 본선행을 확정했다 .

이라크전에서 골을 합작한 김진규(왼쪽)과 이강인. [AP=연합뉴스]

이라크전에서 골을 합작한 김진규(왼쪽)과 이강인. [AP=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축구종가’ 잉글랜드도 못해본 ‘세계 6번째’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했지만, 축구팬들 사이에서 감독을 향한 박수나 찬사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대부분 선수들에게만 “수고했다”며 축하를 보내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홍명보호가 경쟁력을 보여줄지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48개국이 참가하는 북중미월드컵은 조별리그를 통과해도 32강부터 토너먼트를 치러야 한다. 손흥민(토트넘)이 30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수비의 핵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활용법도 고심해야 한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대표팀을 이끌고 1무2패로 탈락했다. 특히 ‘1승 제물’로 꼽던 알제리에 2-4 참패를 당했다. 이미 실패를 맛본 홍 감독에게 12년 만에 찾아온 명예회복의 기회다. 

한국축구 역사상 월드컵에서 2차례 지휘봉을 잡는 건 홍 감독이 유일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아 4강 신화를 쓰며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홍 감독이 다시 민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라크전을 앞둔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사진 KFA]

이라크전을 앞둔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사진 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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