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귀한 곳" 34개국 유학생, 제주 바다서 쓰레기 줍는 이유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제주바다 소중히”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중 김녕바다 플로깅 봉사에 참가한 유학생들. 최충일 기자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중 김녕바다 플로깅 봉사에 참가한 유학생들. 최충일 기자

“이렇게 에메랄드처럼 빛나는데…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되돌아봤으면 합니다” 한국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튀르키예 유학생 3학년 미나(Mina·24)의 말이다. 지난 4일 오후 5시 제주도 동부지역의 대표 해변인 김녕해수욕장 백사장. 34개국 75명의 유학생이 저마다 쓰레기 포대와 집게 들고 연신 허리 굽혀 해양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모래를 채에 거르자 플라스틱 가득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중 김녕바다 플로깅 봉사에 참가한 튀르키예 출신 유학생 미나. 최충일 기자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중 김녕바다 플로깅 봉사에 참가한 튀르키예 출신 유학생 미나. 최충일 기자

쓰레기를 줍던 미나는 “고향이 바다가 없는 앙카라다. 그래서 바다는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귀한 곳”이라며 “쓰레기를 줍다 보니 바다도 육지 못지않게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걸 처음 알았고, 소중하고 고귀한 제주 바다가 빨리 다시 깨끗해졌으면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포대 대신 스테인리스로 된 채를 들었다. 채에 오염된 모래를 가득 넣어 흔들자 걸러진 자잘한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이 절반가량 남았다.  

“‘폭싹 속았수다’ 촬영지서 플로깅 뿌듯”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유학생 아로잔(앞)과 수주가 제주 김녕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유학생 아로잔(앞)과 수주가 제주 김녕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카이스트 입학을 앞둔 카자흐스탄 출신 아로잔(Aruzhan·22)은 “김녕 바다가 최근 감명 깊게 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지라 더 설렌다”며 “어려서부터 한류드라마와 케이팝(K-POP) 팬이어서 한국에 유학을 왔고, 제주바다에 도움이 되는 플로깅까지 하게 돼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10년 전보다 플라스틱 쓰레기 21배 늘어나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중 김녕바다 플로깅 봉사에 참가한 유학생들. 최충일 기자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중 김녕바다 플로깅 봉사에 참가한 유학생들. 최충일 기자

실제 제주 바다는 10년 전보다 크게 오염됐다. 특히 김녕해수욕장은 플라스틱 해양쓰레기가 10년 전보다 최대 21배 늘어났다는 분석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플라스틱을 뿌리 뽑기 위한 연대’ 소속 그린피스와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은 최근 제주 해변의 모래를 조사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제주 김녕해변 1㎡ 규모의 모래에선 1~5㎜ 크기의 미세플라스틱과 5~25㎜ 크기의 중형플라스틱 각각 954개, 289개가 나왔다. 


수산업 쓰이던 플라스틱이 해류로 밀려와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중 김녕바다 플로깅 봉사에 참가한 유학생들이 수거한 플라스틱 해양쓰레기. 최충일 기자 최충일 기자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중 김녕바다 플로깅 봉사에 참가한 유학생들이 수거한 플라스틱 해양쓰레기. 최충일 기자 최충일 기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진 등이 2016년 제주 해변 등 전국 20개 연안을 조사했을 때보다 미세플라스틱은 약 4배, 중형플라스틱은 약 21배 많아졌다. 주요 오염원은 스티로폼 부포를 만드는 발포폴리스티렌(EPS)이라는 지적이다. EPS는 수거한 대형미세플라스틱 중 84.1%, 중형플라스틱 중 73.7%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수산업에 쓰였던 EPS 미세플라스틱이 해류와 바람을 통해 해변 모래에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썩은 냄새…예전보다 동물 사체도 많이 보여”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중 김녕바다 플로깅 봉사에 참가한 유학생들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중 김녕바다 플로깅 봉사에 참가한 유학생들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유학생들과 함께 해양쓰레기를 치우던 한주영 세이브제주바다 대표는 “10년 전쯤부터 제주 바다에 들어가면 기름냄새와 썩은 음식물 향 같은 게 느껴지고, 물고기 등 해양동물들 사체가 많아진 것이 눈으로 확인된다”며 “수영을 하거나 바닷가를 걷다 쓰레기를 발견하는 게 어느새 자연스러운 일이 된 만큼 한 번이라도 더 자주 해양환경정화에 나서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34개국 75명, 세계환경의날 맞아 제주행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중 김녕바다 플로깅 봉사에 참가한 유학생들이 세이브제주바다 한주영 대표로부터 해양쓰레기 수거 교육을 받고 있다. 최충일 기자

4일 오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중 김녕바다 플로깅 봉사에 참가한 유학생들이 세이브제주바다 한주영 대표로부터 해양쓰레기 수거 교육을 받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번 김녕바다 플로깅에 참가한 유학생은 34개국 75명이었다. 이들이 제주에 모인 이유는 이달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 덕분이다. 세계환경의날을 맞아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드림타워,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주관한 행사다. 제주도의 장기목표인 탄소중립과 미래산업 비전을 직접 체험하고, 청정가치를 앞세운 제주관광의 미래를 홍보하기 위한 일정이 이어졌다. 

“휴식·치유 런케이션 콘텐트…해외관광 전략수립”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유학생들이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해 고승철 제주관광공사 사장으로부터 환영인사를 받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에서 진행된 ‘글로벌유스인제주’ 넷제로 제주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유학생들이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해 고승철 제주관광공사 사장으로부터 환영인사를 받고 있다. 최충일 기자

학생들은 제주해안 플로깅을 하고 그린수소충전소, 광역음식물류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견학했다. 강영환 제주관광공사 관광마케팅실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26만여명에 달하는 국내 거주 유학생을 대상으로 제주의 미래산업과 연계한 학습과 휴식, 치유를 결합한 런케이션(배움+휴가여행) 콘텐트”라며 “이들이 제주에 오기 전후의 이미지를 조사하고 연구해 해외관광객을 대상으로 제주관광 브랜딩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