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지지층 정책 패키지, 민주당 충성표로 돌아왔다

2030·4050 대선 표심 분석

6·3 대선은 2030과 4050의 엇갈린 마음을 재차 확인해줬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는 ‘김문수+이준석’ 범(汎)보수 후보의 득표율 합이, 40·50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더 높게 나왔다. ‘2030은 왜 탄핵에도 보수 후보를 더 지지했는가’ ‘4050은 민주당의 공고한 성(城)인가’ 등을 놓고 백가쟁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귀동 민 정치컨설팅 전략실장에게 들어봤다.

조귀동 실장

조귀동 실장

4050 세대의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가 도드라졌다.
“70%가 넘는다는 것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높은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80% 가까이 지지한 셈이 된다.”
 

이유가 뭘까.
“19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겪고 2000년대부터 삼성·현대 등 대기업 중심으로 질적 성장을 이뤘다. 이때 한국이 고도성장을 경험하는데, 이 수혜자가 4050 세대, 특히 대기업 근무자 등 화이트칼라다. 이때부터 아파트를 기반으로 한 수도권 중산층의 자산 축적 형태가 보편적이고 일반화됐는데 민주당의 주요 정책은 핵심 지지기반인 이들의 이익을 대변해왔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그래픽=남미가 기자

예를 들자면.
“10년 전, 2010년대 초반엔 이들이 3040 세대였다. 이 세대 수도권 화이트칼라는 고소득은 됐지만 저자산 계층이었다. 선배 세대가 IMF 사태로 밀려나는 것을 보면서 복지에 대한 사회적 리스크나 이에 대한 비용에 민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대대적으로 들고나온 것이 복지예산인데 흥미로운 건 무상급식-무상보육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복지 혜택이 가장 필요하고 소득 평등을 가장 빠르게 달성하는 방법은 저소득층 노인층 복지 향상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게 아니라 자신들의 지지층인 3040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복지 정책에 집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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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감세와 성장을 말한다.
“당연하다. 지난해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꺼낸 상속세 완화를 보자. 왜 그랬을까. 3040 세대가 이제는 4050이 되면서 과거와 달리 지켜야 할 자산이 많아졌다. ‘갭투자’를 본격적으로 한 70년대생(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감세를 꺼내 들기 시작한 이유다. 민주당의 상징과도 같았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대해서도 온건하게 바뀌고 있다.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이 대표 격인 서울 한강벨트 지역구 때문이다. 21·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부분 확보한 지역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4050 유권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보수’를 꺼내든 것은 단순히 선거용이 아니다. 민주당은 과거 호남과 수도권에 온 호남 이주민의 정당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마용성’으로 대표되는 중산층의 정당이 됐다. 그러면서 감세와 함께 전면에 내건 주제가 또 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그래픽=남미가 기자

그게 뭔가.
“반일 민족주의, 검찰·언론 등에 대한 개혁이다. 이건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와 큰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이를 꺼내든 것은 지지층인 수도권 중산층을 위한 경제적 여건은 마련됐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이들을 계속 동원할 수 있는 정치적 기제가 필요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재미를 못 봤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러니까 60대 이상에서 ‘박정희 이데올로기’가 먹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60대 이상 장년층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유지되는 건 그 시대에 성장과 분배를 통해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살만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정치적으로 지지기반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반공·민족주의를 이용해 이들을 계속 동원했다. 지금 민주당이 이를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런 변화 때문에 과거 민주당을 지지했던 저소득 노동자나 자영업자 등이 떨어져 나가게 됐다.”
 

국민의힘은 어떤가.
“보수 정당은 이런 전략적 고민이 없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고안한 정책 패키지가 없었다. 윤석열 정부의 실패 이유 중 하나다.”
 

2030이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이준석 후보의 핵심 지지층은 수도권 신도시에 거주하는 2030이다. 이번 대선에서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이전 기업의 생산 시설이나 공장을 국내로 되돌리는 것)을 꺼낸 배경이다. 2030, 특히 남성들은 ‘좋은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후보는 이들이 민주당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들 외에 확장성은 부족했다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