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오후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물류차량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지난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6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경찰, 노동부, 검찰 등 세 개 수사기관(이하 수사팀)이 지난 5일 SPC삼립 시화공장을 포함한 관련 장소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이번 기각은 벌써 세 번째다.
수사팀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19일 1차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당했고, 판사의 지적을 반영해 보완한 2차 청구도 지난달 말에 다시 기각됐다. 이번 3차 영장까지 연이어 기각되면서 수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법원의 구체적인 기각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산업재해 사건에서는 초기에 압수수색과 현장 감식이 진상 규명의 핵심 절차로 여겨진다. 올해 발생한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 사고, 급식업체 아워홈 근로자 사망,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장 붕괴 사고 등은 모두 사고 직후 며칠 안에 압수수색이 이뤄진 바 있다.
반면 SPC삼립 사건은 사고 발생 이후 보름이 넘도록 영장 발부가 지연되면서 수사팀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사팀은 강제수사를 통해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건의 실체 규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만약 법원이 앞으로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은 SPC삼립 측의 임의제출에 의존해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피혐의자에게 자료를 요구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선별해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공정한 수사가 어렵고, 결과를 내놓더라도 ‘짬짜미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사팀 관계자도 "수사기관이 먼저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벌써 사고 발생 후 보름 이상이 지났다"며 "수사에는 신속성이 중요한데,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지적했다.
수사팀은 향후 압수 대상과 장소를 보다 구체적으로 좁혀 4차 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19일 새벽 3시경 시흥시의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했다. 50대 여성 근로자가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중 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숨졌다. 수사팀은 지난달 27일 공장에 대한 합동 현장감식을 실시하고, 관계자들을 형사 입건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