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라면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라면에 계란 한 알을 풀어 넣어 먹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정도로 식품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국민 반찬으로 불리는 달걀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소비자물가는 5개월 만에 전년 대비 1.9% 오르며 상승률이 1%대로 내려왔지만 먹거리 물가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돼지고기와 달걀 등 축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6% 이상 오르며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돼지고기(8.4%)와 국산 쇠고기(5.3%), 수입 쇠고기(5.4%), 달걀(3.8%) 등이 크게 올랐다.

김주원 기자
가공식품 물가는 최근 반년 사이 빠르게 올랐다. 지난달 가공식품 74개 품목 가운데, 계엄 사태 직전인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물가지수가 상승한 품목은 53개로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이 중 6개월간 가격이 5% 이상 오른 품목도 19개에 달했다.

김주원 기자
올해 들어 업체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으로 2000원을 넘는 라면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농심은 탄핵 정국인 지난 3월 라면업계에서 가장 먼저 라면·스낵 17종 가격을 평균 7.2% 인상했다. 오뚜기도 지난 3월 27개 라면 중 16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올렸다. 진짬뽕 대컵, 열튀김우동 대컵, 열치즈라면 대컵, 열광라볶이, 짜슐랭 대컵, 마슐랭 마라탕은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과자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동서식품과 롯데웰푸드, 빙그레 등은 1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가격을 두 차례 이상 인상했다. 초코 빼빼로도 지난 2월 1800원에서 200원 오른 2000원에 팔리고 있다.
식품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은 탄핵정국의 혼란기인 연초 본격화된 모습이다. 식품업계는 “그동안 민생경제를 생각해 가격 인상을 자제했지만 환율 상승 등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제품 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동안 기업이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다 국정 공백기에 제품 가격을 무더기로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과거에도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이나 환율 상승 등의 이유로 일부 기업이 가격을 인상한 적은 있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완화한 상황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이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밥상에 빠지지 않는 단골 반찬인 계란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달 계란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특란 한 판(30개 기준)이 7026원을 기록해, 2021년 7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7000원을 넘어섰다. 두 달 전인 3월(6393원)보다 10%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문제는 계란 가격이 당분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발표한 ‘농업관측 6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부터 8월까지 석 달간 계란 산지 가격이 특란 10개 기준으로 1850원에서 1950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1년 전보다 12.4∼18.5% 상승한 수준이다.
농경연 측은 “산란계의 고령화와 함께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전염성 기관지염(IB), 가금티푸스 등 질병 발생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계란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밥상 물가는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와 물가당국이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민생경제 분야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현충일(6일)에 전통시장을 직접 방문해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와 경기 상황을 살폈다. 이는 업계에 정부가 물가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