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 AP=연합뉴스
한국 창작 뮤지컬 사상 최초로 토니상 6관왕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가 “이렇게 큰 칭찬을 받아 버렸으니 ‘이제 기대가 훨씬 더 클 텐데 어쩌지’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그저 하던 대로 해야지”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10일 박 작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번도 상을 목표로 한 적은 없다”며 “뮤지컬을 만든다는 건, 작가로서 아주 긴 시간 동안 혼자 외롭게 종이 위에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 작가는 “그 지난한 작업을 마치고 나면 마치 행성들이 일렬로 마주치는 희박한 기회를 기다리듯 또 아주 긴 시간의 제작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주 긴 시간의 제작 과정을 견디게 하는 건 ‘나중에 받게 될지도 모를’ 상 같은 게 아니다”라며 “그저 이 이야기와 음악을 쓰고 싶다는 충동, 그걸 꼭 무대 위에 구현하고 싶다는 의지 그런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박 작가는 “토니상을 나름 열심히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이 공연을 위해 일해온 많은 분들 덕분”이라며 “저와 작곡가 윌 애런슨의 수상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조용히, 깊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고 적었다.
이어 “시상식 이후로 정말 많은 메시지를 받았고, 놀랍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며 “하지만 그저 하던 대로 하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괜히 멋 부리지 말고, 진심을 다해 꾹꾹 눌러 적어나가겠다”고 했다.
또한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그저 하던 대로, 대신 좀 더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공연모습. 사진 NHN
지난 8일 (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품상·각본상·연출상 등 총 6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K 뮤지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5년 시범 공연을 거쳐 2016년 대학로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은 지난해 11월부터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오픈런(open run·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무기한 상연) 형태로 열리고 있다.
국내 10주년 기념 공연은 오는 10월 30일부터 2026년 1월 25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