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주담대 원가 하락 할 때, 마진 되레 올려

김영옥 기자
대출의 자금 조달 비용이 떨어지면, 은행들은 통상 대출 금리도 낮춰 소비자 유치 경쟁을 한다. 하지만 올해 4월 5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연 3.95%~연 4.18%)는 지난해 4월(연 3.75%~연 4.13%)과 비교해 오히려 소폭 올랐다. 은행들이 대출 원가 하락에도, 오히려 그만큼 마진을 확대해 금리를 더 높게 받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주담대 마진(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은 지난해 4월(연 –0.12~연 0.27%) 대비 올해 4월(연 1.13~연 1.37%) 1%포인트 넘게 올랐다.
“대출 총량 안 지키면 패널티” 압박에 은행 마진 급등
실제 5대 은행의 주담대 마진은 지난해 8월까지 연 0.1%~연 0.64%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연 1.27%~연 1.55%)에는 1% 초중반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확대한 마진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잠잠해진 올해까지도 유지 중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과거 자금 조달 비용이 비슷했던 시기와 비교해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코픽스(2.7%·8개 은행 대출조달금리)와 비슷했던 지난 2013년 12월과 2013년 5월의 신규 주담대 가중평균금리는 각각 연 3.74%와 연 3.77%였다. 하지만 올해 4월은 연 3.98%로 이보다 0.2%포인트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가계대출 총량을 월별로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이 원래 형성될 대출금리보다 금리를 더 올려 가계대출 수요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 압박에 원가 싼 변동금리 상품 고정보다 높아

서울 한 은행 지점 앞에 게시된 담보대출 광고. 연합뉴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금리를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기엔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손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개입에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소비자 선택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주담대 중 고정금리(신규취급액 기준) 대출 비중은 89.5%에 달한다.
대환대출 반의 반토막, 금리 인하권도 무용지물

김영옥 기자
대환대출 인프라는 비대면으로 대출 상품을 비교해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은행권 독과점을 막고 금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엄격한 은행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관리해야 할 대출 총량에 대환대출 실적까지 포함시켰다”면서 “대출 총량을 늘리면 안되는 은행들은 대환대출 신규 소비자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요구권 수용률도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5대 은행의 금리 인하요구권 수용률은 18.8%로 2022년 하반기(29.95%)보다 10%포인트가량 더 낮아졌다. 10건을 신청해도 2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추경호 의원은 “대환대출이나 금리 인하요구권을 통해 대출 소비자가 은행의 높은 금리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제를 중심으로 은행에 가계대출 관리를 떠넘기는 현재의 정책이 대출 금리 왜곡을 부르고 있다고 짚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에 알아서 대출 증가세를 맞춰오라고 하면, 금리를 높이는 방법 외에는 관리할 수단이 없다”면서 “이는 결국 소비자의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진다. 금리는 원칙적으로 시장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