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롯데百 대표, 세계 백화점 수장 모인 자리서 "중요한 건 VIP"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12일 “백화점 사업에서 VIP 고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16회 IGDS 월드 백화점 서밋(WDSS)’에 참석해서다. 이 행사는 세계 백화점 경영자들이 모여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는 롯데백화점과 대륙간백화점협회(IGDS) 공동 주최로 열렸으며, 역대 최대 규모인 300여명이 참석했다.

그는 이날 첫 번째 연사로 나서 ‘K 리테일, K 경영’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VIP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게 롯데백화점의 핵심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지난 5년간 전체 인구는 정체한 반면 부유층은 30%나 늘었다”라며 “VIP 매출이 전체의 62%를 차지한다”라고 강조했다. 

롯데백화점 매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 고객의 연간 지출액은 3만5000달러(약 4800만원)에 달한다. 전년과 비교하면 2.5% 성장한 것이다. 상위 1~5% 고객은 6500달러, 95% 고객은 379달러로 각각 전년보다 1.5%, 6.7% 준 것과 대조적이다. 정 대표는 “VIP 고객이 중요하단 걸 보여주는 굉장히 의미 있는 수치”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이 IGDS와 함께 공동 주최한 'WDSS 2025' 개회사를 하고 있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정준호 대표.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이 IGDS와 함께 공동 주최한 'WDSS 2025' 개회사를 하고 있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정준호 대표. 사진 롯데백화점

정 대표는 VIP를 겨냥해 브랜드 협업과 문화 경험 제공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 사례로는 까르띠에, 불가리, 반클리프 아펠 등 14개의 해외 유명 브랜드가 참여하는 ‘하이 주얼리 페어’를 들었다. 이 단독 행사로만 190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설명하면서, “하이 코스트, 스트롱 리턴(고비용, 강한 수익)”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 대표는 올해 상반기 열린 ‘포켓몬 타운’ 등의 팝업 행사 또한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롯데백화점의 주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지난해에만 340개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 이런 행사 덕분에 잠실점 고객 수가 2019년과 비교해 2024년 28% 증가했고, 이 가운데 20~30대 비중이 42%에 달했다는 게 정 대표 설명이다. 정 대표는 “롯데 잠실점은 2024년에 매출 3조원을 달성했는데 2028년까지 4조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명동페스티벌 등으로 외국인 매출 기여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연간 외국인 고객 매출이 올해 약 2억 달러(약 27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을 두고 “기존 백화점의 구조를 깼다”라며 “유통의 혁명”이라고 언급했다. 

롯데백화점이 IGDS와 함께 공동 주최한 'WDSS 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이 IGDS와 함께 공동 주최한 'WDSS 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사진 롯데백화점

그는 발표 뒤 질의 응답 세션에서 “젊은 고객 유치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의가 나오자 “한국 백화점은 진화를 아주 빠르게 이뤄내고 있다”라고 말문을 열면서 대표 사례로 더현대 서울을 거론했다.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일반 백화점은 1, 2층 공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그간의 룰이었다”라며 “(더현대 서울은) 1층을 오픈해 마치 쇼핑몰처럼 느껴지게 하고 6층에도 개방된 공간을 만들었다. 유통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서로 배워야 할 건 배워야 한다”라며 “충분히 존경하고 잠실 리노베이션 또한 더현대 서울이 만들어낸 혁명을 롯데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