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 전경. 사진 서부발전
이 대통령의 석탄화력발전 폐쇄 공약은 전 정부가 수립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정한 일정보다 폐쇄 시점을 더 당겼다. 제11차 전기본은 2036년까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61기 중 28기를 폐쇄하고, 2040년까진 12기를 추가로 더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었다.

신재민 기자
석탄 발전의 비중은 이미 감소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발전량 59만5601 기가와트시(GWh) 가운데 원자력 발전량이 18만8754GWh(31.7%)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가스(16만7205GWh·28.1%), 석탄(16만7152GWh·28.1%) 순으로 이어졌다. 석탄 발전량 비중이 1위 자리를 내어준 것은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재생 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서, 석탄 발전의 퇴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문제는 폐쇄 이후 지역경제 침체와 고용 감소 등 후폭풍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냐는 점이다.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기후위기비상행동·기후정의동맹 등 단체가 모인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은 지난달 31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임박했는데도 노동자 고용 대책은 물론 지역사회 유지 보전 방안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제대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우려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10차 전기본(2036년까지 28기 폐지)을 기준으로 석탄 발전 중단 시 약 1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약 3000개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되며 일부 보완될 수 있지만, 순손실로 따지면 최소 1만3000개의 일자리는 증발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LNG나 재생에너지는 석탄 발전보다 인력이 덜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실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은 당진 1~4호기 석탄 발전소를 폐쇄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약 2조3349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보령 5·6호기, 태안 1~6호기가 폐쇄될 경우에도 각각 1조5865억원과 1조5522억원의 피해가 유발될 것으로 봤다. 특히 2021년 이후 새로 가동된 석탄 발전소만 7기에 달해, 이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가동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조기 폐쇄해야 한다. 석탄 발전소의 일반적인 가동 연한은 약 30년이다.
비슷한 고민을 안은 주요 선진국들은 로드맵을 마련해 준비하고 있다. 독일은 2038년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58세 이상 고령 근로자에 최대 5년간 연금 수준의 고용 보조금을 지급한다. 갈탄 지역을 중심으로는 사회기반시설 확충과 산업 전환을 위해 총 140억 유로(약 22조원)를 투입하는 ‘지역구조강화법’도 별도 마련했다. 캐나다는 연방정부 주도로 ‘정의로운 전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역별 영향 분석 등을 실시하고, 석탄 발전소가 많이 분포된 앨버타주를 중심으로 근로자 재교육 바우처, 재정착 지원 등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역 충격을 최소화했다.
한국 국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석탄 발전 폐쇄 지역에 대한 지원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현재 22대 국회엔 관련 특별법안 14건이 계류 중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8건, 야당인 국민의힘이 6건을 각각 발의할 만큼 여야간 문제의식은 공유된 셈이다. 법안 대부분에는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3년마다 시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특구 지정 조항이 포함되기도 했다. 다만 계엄부터 탄핵, 조기 대선까지 겹치면서 아직까지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특별법 없이 탈석탄을 추진한다면 석탄 발전소가 폐쇄된 지역 경제는 파탄 날 수밖에 없다”며 “기존 석탄 산업 인력에 대한 재교육은 물론, 석탄 발전소가 있는 지역 대부분 바닷가에 위치해 있고 경관이 좋은 특징이 있는 만큼 지역 개발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