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트럼프 軍배치 막아달라”…뉴섬 주지사, 법원에 가처분 신청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로이터=연합뉴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 군병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하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LA 내 군대 배치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긴급 가처분 신청을 냈다.

10일(현지시간) 뉴섬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연방 정부는 이제 미국 시민들을 상대로 군대를 동원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 아니라 폭군처럼 행동하고 있다. 우리는 법원에 이러한 불법 행위를 즉시 금지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엑스(X)에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하는 가처분 소송이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제기됐다.

미 민주당의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을 상대로 LA에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배치를 주지사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명령한 것은 불법이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해병대 700명과 주방위군 2000명을 추가로 LA에 배치하자, 뉴섬 주지사가 이에 반발해 긴급 가처분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다시 요청한 것이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도 “대통령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위협하고 침묵시키기 위해 미국 거리에 군대를 배치하려는 모든 구실을 찾고 있다”며 “우리는 법원에 트럼프 행정부가 군대나 연방 방위군에게 우리 지역 사회를 순찰하거나 연방 재산을 넘어서는 일반적인 법 집행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명령하는 것을 즉시 금지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행정부의 해병대 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배스 시장은 “우리는 이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위기를 수습한 것은 경찰을 비롯한 우리 지역의 법 집행기관들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주방위군이 도시 내 연방 건물을 보호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면서 “군중 통제나 그런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배스 시장은 전날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체포·추방 정책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LA시위’ 5일째 소요 다소 누그러져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 위치한 연방 건물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방위대와 경찰 병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로스앤젤레스=강태화 특파원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 위치한 연방 건물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방위대와 경찰 병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로스앤젤레스=강태화 특파원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는 닷새째 접어들면서 다소 누그러진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LA에 배치한 해병대는 아직 시위 현장에 투입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전날 저녁 96명을 시위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또 1명을 치명적인 무기를 소지한 혐의로, 다른 2명은 각각 체포 불응과 기물파손 혐의로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체포 인원이 훨씬 늘기는 했지만, 대부분 해산 명령에 불응한 사람들이며 기물파손 등 폭력적인 행위로 체포된 인원 비중은 줄어든 모습이다.

경찰과 법 집행 당국은 시위대 가운데 일부 '전문 시위꾼'과 무정부주의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수사국(FBI) 고위 관료를 지낸 스티브 무어는 CNN 인터뷰에서 “안티파(반파시즘과 반인종주의를 표방하는 좌익 운동) 같은 단체들과 무정부주의자들이 이 상황을 혼란을 키울 기회로 보고 있다”며 “그것이 그들의 본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위대 일부는 추적하기 어려운 조직으로부터 돈을 받고 시위 현장에서 폭력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미 국방부는 LA의 질서 회복을 위해 해병대 700명을,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이민자 단속 지원을 위해 추가로 2000명의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을 LA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미 배치된 주방위군 2000명을 포함해서 LA에 주둔하게 되는 전체 병력이 470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