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병의 환자의 뇌에선 베타 아밀로이드 찌꺼기와 타우 단백질 엉킴이 관찰된다 문제는 이 증상이 관찰되는 사람들이 모두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이게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인지 결과인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 사진 알츠하이머 펀드
연구팀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 치매의 70~8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기억력·판단력 저하, 성격 변화 등 증상이 서서히 악화되며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 병의 주요 원인은 아밀로이드 베타(Aβ)로, 이 Aβ가 비정상적으로 뭉쳐져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형성하는데 이 플라크가 뇌 속 신경세포 간 통신을 방해하고 신경세포의 사멸을 유발한다.
그간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병인(病因)인 Aβ 생산 자체를 줄이거나 응집을 차단하려는 방식과 외부에서 항체를 주사해 독성 Aβ를 제거하는 ‘수동 면역’ 전략이었다. 하지만 전자는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필수 기질을 교란할 위험이 컸고, 수동 면역은 비용과 반복 투여 부담·뇌혈관 부작용 우려가 있었다. 이 때문에 백신을 접종해 체내에서 스스로 ‘항-Aβ 항체’를 만들게 하는 방법인 ‘능동 면역’에 주목해 왔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이번에 연구팀 개발한 백신도 능동 면역 방식이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 중 하나인 B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자극해 강력한 항체를 스스로 만들어 내게 설계한 게 특징이다. 여기에 더해 능동 면역의 문제인 ‘백신으로 인한 강한 면역 반응 등 부작용’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안했다고 했다. 연구팀은 “Aβ에서 면역 반응을 유도하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는 부위를 정밀하게 골라 백신의 핵심 성분으로 삼았다”며 “또한 이를 두 가지 특수 단백질(OVA, KLH)과 결합해 면역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밝혔다.

경상대 생명과학부·응용생명과학부 김명옥 교수. 사진 경상국립대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8일 세계적인 학술지 〈뇌, 행동 그리고 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백신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특허 등록도 마쳤다. 다만, 아직 임상 독성·면역안전성 평가 전이다.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알츠하이머 연구진이 있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학과 공동 연구를 가속해 백신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백신 상용화까지 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알츠하이머병 전문가인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수동 백신 중심에서 능동 백신 중심으로 기존과 차별화된 새로운 방식”이라고 평가하면서 “다만 새로운 백신 개발의 실마리는 잡았지만, 환자한테 투여할 정도의 결과물이 나온 게 없어, 임상 시험 등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