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값이 1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먼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금값을 은 가격이 따라가면서다. 지난달 은 대비 금 가격을 뜻하는 ‘금은비(比)’는 1991년과 2020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100배를 넘어섰다.
독일 뮌헨의 한 금고보관소에 전시된 1㎏ 실버바.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오전 1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은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6% 오른 트로이온스당 36.46달러에 거래됐다. 은 가격은 지난 9일 장중 37달러를 넘으면서 2012년 2월(37.13달러)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7달러 선에선 내려왔지만, 이날까지도 36달러 선에 거래가 이어지면서 은값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로이온스당 29달러 수준이었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은 선물 가격은 이날까지 25% 상승했다. 금값이 은값보다 먼저 올랐다. 지난 4월 트로이온스당 금 선물 가격이 연초보다 30% 넘게 오른 3425달러에 달했는데 당시 은은 연초보다 11.3% 오르는 데 그쳤다.
은이 금과 벌어진 가격 차이를 따라가는 갭 메우기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기준 ‘금은비’는 92.8배다. 금 1온스를 사기 위해 필요한 은의 양이 92.8온스라는 의미로, 수치가 높을수록 은이 금보다 저평가된 상태라는 뜻이다. 금은비는 지난 4월 105배까지 확대되는 등 100배를 웃돌기도 했지만 지난달 말 이후부터 낮아지기 시작했다.
금‧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골드프라이스그룹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금은비는 70~90배 수준에서 형성됐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금값이 급등하면서 100배를 넘겼던 게 전부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1991년 걸프전 직후 외에는 금은비가 100배를 넘긴 사례가 없다. 금은비가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 은값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뒤늦은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는 풀이가 나온다.
달러 약세도 은 가격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다. 통상 금‧은 등 귀금속은 달러가치와 반비례한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안전자산과 화폐에 대한 대체투자 수요가 늘어 실물자산 쏠림이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 이탈을 부추겼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전 98.3을 기록했다. 올해 초 109에서 10%가량 하락했다. 달러인덱스가 100 이하면 달러가 약세를 보인다는 의미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금‧은 가격은 계속해서 강세를 보였는데 특히 금과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졌던 은은 최근 들어 차이를 메우며 따라가는 모습”이라며 “최근 금은비가 90대인데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은값이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