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군사안보협력 강화 "긍정적" 75%…1년새 8.8% 올라 [새정부 외교에 바란다㊦]

윤석열 전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가 2023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오솔길을 함께 걷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가 2023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오솔길을 함께 걷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 절반은 윤석열 정부가 강조점을 뒀던 한·미·일 안보 협력의 동력을 이어가자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겠다"(지난 4일 취임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일성과 여론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중앙일보-동아시아연구원(EAI) 공동 기획, 어떻게 조사했나
6월 4~5일, 전국 성인남녀 1509명 웹조사(95% 신뢰 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2.5%p). 2024년 8월 26~28일, 전국 성인남녀 1006명 웹조사·2021년 8월 26일~9월 11일, 전국 성인남녀 1012명 심층 대면 면접조사(모두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3.1%p). EAI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
 
12일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손열)의 공동 기획 조사(6월 4~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509명 대상 웹 조사, 최대허용 표집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EAI가 한국리서치에 의뢰)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0%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로 상징되는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 강화'를 연속 추진하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18.4%)는 응답의 두 배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특히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정책 기조를 새 정부가 연속해서 추진"하는 데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였다. 이와 별도의 질문으로 '한·미·일 삼각 군사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때도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지난해 66.5%에서 올해 75.3%로 8.8%p 올랐다. 종합하면 대중은 전임 정부의 외교 정책이라도 바람직하다면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국 안보협력에 대한 지지는 2018년 이후 대부분 60~70%대를 유지하며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문재인 정부가 강경 대응했던 2020년에 최저치(53.6%)로 떨어졌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전향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섰던 2023년 일시적으로 60.6%로 하락했지만, 이듬해부턴 줄곧 상승세다. 한·미·일 협력은 이제 특정 정부의 업적이나 산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한국 외교의 핵심 기조로 자리잡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는 인식이 정착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이 정책 연속성을 원하는 또 다른 사안은 미국의 핵우산 강화 유도다. '전략자산 전개 및 관련 협의 증가 등 미국의 핵우산 강화'의 연속 추진에 동의하는 비율은 42.2%에 이르렀다. 2023년 4월 바이든 행정부 시기 한·미가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고 일체형 확장억제를 구축해온 흐름이 계속되길 바라는 것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오물풍선에 대한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원칙적·비례적 대응'을 이어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응답도 43.6%에 달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8.2%에 그쳤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확성기 방송을 약 1년 만에 중지했다. "남북 간 신뢰회복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면서다.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실효적 카드로 꼽혀온 만큼 이를 선의에 기반해 철회한 데 대한 대중의 우려도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인 '3자 변제'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은 2023년 28.4%, 지난해 29.5%, 올해 39.4%로 갈수록 늘었다. 올해 조사에선 긍정 평가(39.4%)가 부정 평가(35.9%)를 처음으로 앞섰다. 윤 전 대통령 재임 때보다 지지세가 더 높아진 모양새다. 일본의 호응은 아직 미진하지만, 3자 변제 해법을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피해자들이 점차 늘면서 여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하지만 이념 성향별로는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한·미·일 삼각 군사안보 협력 강화에 대한 질문에는 진보 성향 응답자의 64.2%, 보수 성향 응답자의 86.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같은 사안을 두고도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한·미·일 협력 체계 강화’라는 표현이 질문에 포함되자 진보 성향 응답자의 지지 비율은 31.6%로 크게 낮아졌다. 보수 성향 응답자는 70.8%가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진보층에서는 같은 사안이라도 ‘윤석열 정부’라는 수식이 붙으면 지지를 철회하는 경향이 드러난 셈이다.

3자 변제 해법에 대해서도 진보와 보수 간 평가가 뚜렷하게 엇갈렸다. 진보 성향 응답자의 54.6%는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긍정 평가는 24.7%에 그쳤다. 반면 보수 성향 응답자 중에서는 52.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부정 평가는 23.8%에 불과했다. 거의 유사한 비율로 두 집단의 인식이 정반대로 나뉜 셈이다.

이처럼 외교·안보 이슈에서도 이념에 따른 인식의 분열이 확인됐다. 새 정부의 최우선 외교 과제로 “국론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41.0%에 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진보 성향 응답자의 43.1%, 보수 성향 응답자의 43.9%가 국론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모순되게도 이 부분에서는 이념을 초월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EAI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론 통합 요구가 이처럼 높게 나타난 것은 드문 일”이라며  “그만큼 현재의 정파적 외교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