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어 美中도 금리 동결 유력…트럼프 리스크에 '경로 유지'

17일 일본중앙은행(BOJ)은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 잔고 금리)를 0.5%로 동결했다. 9명 정책위원의 ‘만장일치'였다. 로이터=연합뉴스.

17일 일본중앙은행(BOJ)은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 잔고 금리)를 0.5%로 동결했다. 9명 정책위원의 ‘만장일치'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주 주요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에 나서는 ‘수퍼위크’엔 상당수가 금리 동결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전쟁과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시장에선 일본에 이어 미국과 중국도 잇따라 금리를 묶어둘 것으로 예상한다.

17일 금리 수퍼위크의 포문을 연 일본중앙은행(BOJ)은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 잔고 금리)를 0.5%로 동결했다. 9명 정책위원의 ‘만장일치’였다. 올해 1월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한 뒤 3회 연속 제자리다. 지난해부터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던 BOJ가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트럼프 관세 영향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각국의 무역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고,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시장에선 금리 동결보다 국채 테이퍼링(매입 감축ㆍ 긴축) 속도 완화에 더 관심이 컸다. BOJ는 지난해 7월부터 국채 매입 규모를 줄여왔다. 분기별로 4000억엔(3조8000억원) 상당이던 감액 규모를 내년 4월 이후 절반 수준인 2000억엔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통화 완화적 조치는 최근 일본 장기 국채 금리가 들썩이고(국채 가격은 하락), 입찰 수요가 부진한 영향이 크다. 우에다 총재는 “(국채 매입) 감액 속도가 너무 빠르면 (채권 시장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시장 안정을 고려하면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의 시선은 18일 발표(한국시간 19일 새벽 3시)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로 옮겨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Fed는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이달 정책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17시 새벽 2시(미국 동부시간) 99.9%에 달한다. 일주일 전(97.3%)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25~4.5%로 한국(2.5%)보다 최대 2%포인트 더 높다.  

Fed가 이달에도 ‘동결’ 버튼을 누르면 1월과 3월, 5월에 이어 4연속이다. 지난해 9월 이후 3회 연속 인하했던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들어 멈춘 것이다. Fed는 현재 관세 여파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실업률이 동시에 상승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긴축 노선으로 인플레이션과 싸울 것인지, 완화로 돌아서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게 나을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달  FOMC에서 "관세 영향이 명확할 때까지 기다려 보자”라는 말을 반복한 이유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관세뿐 아니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졌다”며 “Fed의 금리 인하는 4분기로 지연되고, 연내 1회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이달엔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 우대금리(LPR)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지난달 경기 부양을 위해 LPR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와 밀접한 미국과 일본·중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다음 달 한국은행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지고 국내에선 (새 정부 출범 이후)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재정확대 등의 우려로 한은이 당장 기준금리를 인하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17일 한은이 공개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상당수도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과 가계 부채 반등을 우려하며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