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기념 단체 사진을 촬영한 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나란히 걷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중남미 최대 국가로 인구가 2억1000만 명에 달하는 브라질은 세계 9위 수준의 경제 규모에 핵심 광물을 보유한 자원 부국(富國)이다. 한국 정부는 관세 전쟁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해 브라질에 무역동반자협정(TPA) 체결을 제안하는 비공식 협상 문서(넌페이퍼·nonpaper)를 발송한 상태다. 이날 양 정상은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현안에서의 공조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국제무대에서의 협력을 확대해 가기로 했다.
한·브라질 정상회담은 두 정상의 비슷한 이력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소년공 출신 이 대통령은 10대 시절 일하던 공장에서 프레스기에 눌리는 사고로 왼팔을 다쳤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룰라 대통령은 12살에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염색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19살엔 금속공장에서 왼손 새끼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소년공 시절 다친 일화를 말하자, 룰라 대통령은 몇 살 때 일이냐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브라질 노동자당을 창당한 룰라 대통령은 2002년 말 3전 4기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뒤 예상을 뒤엎고 성장을 우선시하고 자유무역에 주력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선보였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 것과 유사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어려움과 정치적인 핍박을 이겨내고 결국 승리했다는 두 사람의 공통점을 언급했고, 룰라 대통령은 “국민들이 뽑아준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은 좌우 통합과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공통의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한국과 브라질 간 10년 만에 개최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또 룰라 대통령이 오는 11월 브라질이 의장국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이 대통령을 초청한 사실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G7 정상회의 초청국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 멕시코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멕시코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멕시코는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중남미 최초의 국가이자 우리의 중남미 최대 교역국”이라며 “경제협력을 포함한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경주 APCE 정상회의에 셰인바움 대통령을 초청하기도 했다. 셰임바움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활발한 멕시코 투자를 높게 평가하면서, 첨단기술 분야 등에서 한국과의 협력 확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선 지난 12일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와 관련해 “사고 희생자와 가족, 인도 국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550여 우리 기업이 인도에 투자·진출하여 인도 제조업 성장과 내수·수출 진작에 기여하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고위급 소통을 활성화하고 호혜적 경제협력, 핵심기술·국방·방산 등 전략적 협력, 그리고 문화 협력을 더욱 확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모디 총리는 이 대통령의 위로에 사의를 표하고 “양국 간 상호 긴밀한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길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모디 총리는 또 가까운 시일 내 이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 줄 것을 희망하였으며, 이 대통령은 초청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엔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약식 회동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구테헤스 사무총장의 취임 축하에 사의를 표하고 “오늘날과 같은 복합위기의 시대에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연대가 중요하다”며“유엔이 국제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필요한 지원과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국제 평화안보와 인권, 지속가능한 발전, 기후변화 대응 등 분야에서 한국의 기여를 높게 평가하고, 다자협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가 당면한 공동의 도전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한국의 지속적인 역할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