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흘만에 또 변심…불법이민자 단속, 호텔·식당도 뒤진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불법 이민자 단속 고삐를 조이고 나섰다. 이민자가 많이 종사하는 농장과 호텔, 식당은 단속에서 제외하라는 지침을 나흘 만에 뒤집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동안 에어포스원에서 G7 정상회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동안 에어포스원에서 G7 정상회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전날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농장,호텔, 식당에 대한 단속을 중단하도록 한 지침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12일 ICE에 “오늘부터 농업, 식당, 호텔에 대한 모든 현장 조사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인해 인력난을 우려하는 해당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한 직후다. 그는 “농가, 호텔 및 레저 업계는 우리의 매우 공격적인 이민 정책이 오랜 기간 근무한 숙련된 근로자들을 앗아가고 있으며, 그 일자리들은 대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고 적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이민법원에서 경찰과 ICE 요원을 포함한 법 집행관들이 사람들을 구금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이민법원에서 경찰과 ICE 요원을 포함한 법 집행관들이 사람들을 구금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불법 이민자 단속 방침이 다시 뒤바뀐 것을 두고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업계와 강경파 참모진 사이에서 상반된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특정 산업을 단속에서 예외로 두는데 강하게 반대해왔다고 WP는 보도했다.

정치매체 악시오스도 17일 “밀러와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의 전화를 받고 단속 완화 방침을 내린 것에 분노했다”며 “이들이 압력을 행사해 정책을 되돌려놨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15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뉴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악시오스는 “트럼프의 오락가락한 행보는 그때그때 기분과 마지막으로 조언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정책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라고 꼬집었다.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관이 17일 뉴욕 연방 이민법원 밖에서 ICE와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 의해 체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관이 17일 뉴욕 연방 이민법원 밖에서 ICE와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 의해 체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 정치인들과 ICE가 마찰을 빚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17일 뉴욕 맨해튼에선 이민법원 심리를 참관하고 나온 민주당의 뉴욕시장 경선 후보가 ICE에 체포됐다가 몇시간 만에 풀려나는 일이 발생했다.

AP에 따르면 뉴욕시 감사관이자 뉴욕시장 경선 민주당 후보인 브래드 랜더는 ICE가 체포하려던 이민자와 팔을 맞잡고 ICE 요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연행됐다. 그는 ICE 요원들에게 영장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다가 체포됐다. ICE는 최근 이민법원 심리에서 ‘신속 추방 대상자’로 분류된 불법 이민자들을 곧바로 법원 외부에서 체포하는 단속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편, 이민자 단속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던 LA에선 야간 통행금지령이 일주일만에 해제됐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17일 “성공적인 범죄 예방·단속으로 LA 다운타운에 발령한 통행금지령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앞서 LA에선 지난 6일 ICE가 다운타운 내 불법 이민 노동자들이 밀집한 의류 도매시장 등을 급습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자 이에 반발하는 격렬한 시위가 시작됐다. 이는 곧 미국의 다른 10여개 도시로 확산했다. 배스 시장은 시위 도중 방화와 약탈 등 범죄행위가 일어나자 지난 10일 LA 도심 주요 시위 지역에 야간 통금령을 내리고 경찰의 통제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