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2%P 떨어졌는데도…친윤 반발로 개혁 제동
“징계 위한 당무감사 아냐, 국민께 진상 알리자는 것”
이재명 재판 연기 관해 “대통령 직접 입장 표명해야”
국민의힘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다. 대선 패배 후유증은 쓰나미급 파도로 국민의힘을 당장 집어삼킬 기세다.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 여론은 급격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중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하고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1%로 대선 직전보다 12%p 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기간 7%p 오른 46%를 기록해 두 당은 5년 사이 가장 큰 격차로 벌어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야말로 사중구활(死中求活), 수렁 속에서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한 줄기 빛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움켜쥔 한 줌 권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이대로 가면 공멸하고 말 거란 당 안팎의 경고에 귀를 닫은 채 말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윤석열 정부 내내 당내 기득권을 놓은 적 없는 다선 중진들이 보여주는 태도다. 대선 후 당 재정비 책임을 안고 있는 김용태(34, 경기 포천·가평)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놓은 5대 개혁안도 구(舊)주류라 불리는 이들의 비토로 휴지 조각이 될 상황에 놓였다. 국민의힘은 이대로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인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실에서 김용태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실에서 “여대야소 상황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다시금 국민들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공정’ 가치 훼손이 정권교체 결정타”
대선을 치른 지 벌써 일주일 넘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과오를 반성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국민들이 보시기에는 아직 저희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여대야소 상황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다시금 국민들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 듭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3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에 정권을 내줬습니다.
“3년 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무너뜨린 ‘공정’이라는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유권자들께서는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기 때문에 법과 원칙을 확실히 지킬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출범하고 나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수사에 성역이 존재한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윤 정부의 가장 큰 신뢰 자산이 공정인데, 그 가치가 무너지면서 시민들께서 크게 실망하셨습니다. 물론 윤 정부의 공과 과가 모두 존재하겠지만, 어찌됐든 공정이 훼손되면서 국민들과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김 비대위원장은 권영세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다가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파동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 후임으로 비대위원장이 됐다. 하루아침에 대선을 이끌게 된 김 비대위원장은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김혜경-설난영 여사 TV토론 등을 제안하며 불리한 대선 구도를 뒤집기 위해 노력했지만, ‘윤석열 탄핵’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문수-이준석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개혁신당은 일관되게 단일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아마 개혁신당이 봤을 때 국민의힘이 아직 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국민의힘은 선거 막판까지 김문수-이준석 단일화에 공을 들였다. 지난 2022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당시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 처분을 의결한 사건을 철회하고 사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상황이 다급하다고 해서 하는 행동에 큰 의미는 없다”며 국민의힘의 러브콜을 거절했다.
징계 처분에 대해 사과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과거 우리 당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준석 후보를 징계했고, 결국 그가 우리 당을 떠나게 만들었잖아요. 사과했지만, 이 후보나 개혁신당이 봤을 때는 무너진 상호 간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이죠. 단일화하더라도 이용만 당하다가 대선이 끝나 면 토사구팽(兎死狗烹)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선거대책위원장들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양향자, 안철수, 김용태, 나경원, 권성동. 임현동 기자
5대 개혁안 제시했지만…저항 부딪혀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김문수-이준석 단일화가 성사됐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증명하기 어려운 일에 대해서 가정해서 말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이준석 당시 후보를 지지 하는 사람들의 표가 모두 김문수 후보의 득표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작고요. 그런 가정보다 정말 국민의힘이 바뀔 의지가 있는가, 윤 정부와 단절할 의지 가 있는가를 국민들께 보여드리는 것이 먼저라고 봅니다.”
대선 패배 후 김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을 발표 했다. △9월 초 전당대회 개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무감사 △민심·당심 반영 제도 개선 △지방선거 상향식 공천이 그것이다. 하지만 개혁안은 곧바로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의원총회 등에서 혁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배후가 누구냐”, “사퇴하라”,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독재”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당내 반발이 심해 보입니다. 어떤 심경이십니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저라고 왜 선배·동료 의원님들께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겠습니까?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면서 웃으며 지낼 수 있죠. 그런데 우리끼리 그러면 정신 승리밖에 더 됩니까? 당장 국회 밖에 나가서 여의도 금융권, 영등포역 시민들과 대화하면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국민의힘은 해체하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12·3 계엄에 우리 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는데 국민들의 지지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국민들께 우리가 반성하고 바뀌겠다는 최소한의 메시지를 드릴 수 있는 개혁안마저도 우리 의원들이 거부한다면 글쎄요···그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거부라고밖에 생각이 안 드네요. 저는 우리 당의 존폐가 개혁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실에서 “개혁의 어젠다를던졌고, 지금 당내 관성에 부딪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면서 나아갈 수 있는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김상선 기자
“탄핵 반대 당론 무효로 민주당 프레임 벗어나야”
개혁안에서 특히 반발이 심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둘째는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무감사입니다.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대해서는 ‘우리 지지층이 광장에서 탄핵 반대를 외쳤던 것이 뭐가 되느냐’며 거부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탄핵 반대가 계엄 옹호’라는 프레임을 우리 당에 계속 씌우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해 계엄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 탄핵은 정치적 의사 표현이기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관용한다는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무감사는 어떤 취지인가요?
“후보 교체 파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밤중에 일어난 계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대선 중에 후보 교체라는, 국민과 당원들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새벽에 벌어졌으니 그 진상에 대해 설명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를 징계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당 차원에서 당원들께 설명해 드려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만약 그 과정에 사과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저부터 국민과 당원들께 사과드리겠습니다.”
징계를 위한 당무감사가 아닌데도 극구 저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무감사 대상도 아닌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저를 찾아와서 당무감사를 받기 싫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당무감사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누구를 징계하기 위한 전제로 당무감사를 시행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겠습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11일 당무감사 개시를 결정했다. 후보 교체 시도 과정에 관여한 비대위원들을 차례로 만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권영세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김 비대위원장도 조사 대상자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왼쪽)과 사퇴를 선언한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전민규 기자
당무감사위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도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는데, 오늘(12일) 오후 2시에 당무감사위 조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새벽에 후보를 교체하는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당무감사를 성실히 받겠습니다.”
김문수 후보의 41%라는,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이 국민의힘 개혁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 건 아닐지.
“당내에 ‘예상보다 잘 싸웠네’라는 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41% 중에는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는 유권자도 있지만, 이재명 후보에게는 절대 표를 줄 수 없다고 해서 국민의힘을 마지못해 선택한 유권자도 있거든요. 41%가 우리 지지층이라고 생각하고 기득권에 안주한다면 그중 상당수는 금방 떠나갈 것입니다.”
개혁에 대한 반발을 예상치 못한 건 아닐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
“지금까지는 날 선 발언들이 오갔는데, 이제부터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의원님들 한 분 한 분을 찾아뵈려고 합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한미의원연맹현판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18/e8926ac2-8def-429a-9879-b8d0dbf85ef6.jpg)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한미의원연맹현판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 리더십 가진 분이 다음 당대표로 적합”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의원들도 원내에 분명히 있을 텐데요. 몇 명 정도로 파악하시나요?
“글쎄요. 세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재선 의원 중 18명 정도가 공개적으로 지지해 주셨고 초선 의원 중에도 20여 명 정도가 제게 개인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혀주셨으니 이를 합하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개혁안을 밀어붙일 수도 있습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두의 총의를 모아서 개혁의 불씨를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의견은 충분히 의원님들께 말씀드렸고, 하루가 다르게 개혁안을 지지해 주시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입장을 유보하는 의원들이나 원 외당협위원장들도 많으니 그들을 설득하는 자리를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봅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제가 어제(11일) 상임고문 회의에 다녀왔는데요. 정치를 오래 하셨던 대선배들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중에 가장 와 닿았던 말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였는데, 당이 제대로 서야 이재명 정부의 실상을 비판할 수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다음 당대표에게는 개혁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제 야당입니다. 정권의 눈치를 볼 것도 없잖아요. 그러니 강력한 대여 투쟁과 내부 개혁을 동시에 이뤄내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연기한 사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 11일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연기한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열고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 대통령 재판 연기를 규탄하는 현장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이재명 정부에서 사법부와 관련된 우려가 매우 큽니다. 저는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법원의 판단은 차치하고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받아왔던 재판을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받을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대통령이 확실한 입장을 발표했으면 좋겠어요. 법원 뒤에 숨지 말고 ‘재판을 받겠다’, ‘법을 바꿔서라도 방탄하겠다’ 중 입장이 무엇인지 표명해 주시길 바랍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인사에 대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불법정치자금 제공자와의 금전 거래 의혹 등이 불거진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이재명 정권의 성공을 바란다면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돌아보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이재명 정부에게 고언(苦言)한다면.
“대통령께서도 취임식 때 ‘대통령(大統領)’ 뜻을 설명하시면서 야당과 소통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들은 소통과는 거리가 멉니다. 가령 우리 당을 가리켜 내란이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데, 그렇다면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41%의 국민이 모두 내란 세력이라는 뜻입니까? 이재명 정부가 야당과 소통을 원한다면 그런 표현부터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김민석 후보자 등 인사 우려가 큰데 하루빨리 잘못된 인사를 철회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가 범했던 우를 이재명 정부도 똑같이 범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애용하는 컵에 ‘진심으로 채웁니다’ 문구가 새겨져 있다. 김상선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치며 나아갈 것”
김 비대위원장은 1990년 서울 출생으로 유년기를 경기 포천에서 보냈다. 서울 송파에 있는 잠신고를 졸업한 뒤 광운대학교 공과대학 환경공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육군 공병 소위로 임관해 제23보병사단에서 복무했으며 2016년 중위로 만기 전역했다.
바른정당에서 정계에 입문했다가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합류했다. 한때 ‘천아용인’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됐는데, 전용기 민주당 의원과 함께 헌정 사상 첫 90년대생 지역구 의원이다.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제가 처음 정치할 때부터 읽었던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보면, 어떤 상황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비록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를 외칠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자질과 소명을 갖고 있다고 나옵니다. 개혁의 어젠다를 던졌고, 지금 당내 관성에 부딪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면서 나아갈 수 있는 정치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