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후’ 만든 대니 보일, “‘28년 후’가 정식 후속작, 꼭 영화관에서 봐달라”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28일 후' 공식 후속작 '28년 후'가 19일 개봉한다. 분노 바이러스가 퍼진 28년 후가 배경으로, 대니 보일 감독은 사람의 흔적이 닿지 않은 공간에서의 효율적 촬영을 위해 아이폰 20대를 연결한 촬영장비를 만들어 활용했다. 사진 소니픽쳐스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28일 후' 공식 후속작 '28년 후'가 19일 개봉한다. 분노 바이러스가 퍼진 28년 후가 배경으로, 대니 보일 감독은 사람의 흔적이 닿지 않은 공간에서의 효율적 촬영을 위해 아이폰 20대를 연결한 촬영장비를 만들어 활용했다. 사진 소니픽쳐스

‘오리지널 영화’(28일 후)와의 연결성을 살리고 싶었다.
 
영화 ‘28일 후’(2002)로 좀비 영화 신드롬을 일으켰던 대니 보일(68) 감독이 23년 만에 정식 후속작 ‘28년 후’로 돌아왔다. 감독은 18일 오전 한국 언론과 진행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장면에 아이폰 촬영이 활용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28일 후’에선 디지털 캠코더를 활용한 촬영으로 저화질 홈비디오의 느낌을 냈다.

그는 이어 “기술적 이유도 있다”며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량 카메라를 쓰고자 했다”고 전했다. 분노 바이러스가 퍼진 28년 후, 인간의 흔적이 없는 태곳적 자연의 배경이 필요했던 감독은 아이폰 20대를 연결해 감염자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장면을 삽입했다.

대니 보일(사진) 감독의 '28년 후'는 분노 바이러스 창궐 28년 후, 격리된 섬 '홀리 아일랜드'에 살아 한번도 감염이 확산된 본토에 발을 디딘 적 없는 소년 스파이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사진 소니픽쳐스

대니 보일(사진) 감독의 '28년 후'는 분노 바이러스 창궐 28년 후, 격리된 섬 '홀리 아일랜드'에 살아 한번도 감염이 확산된 본토에 발을 디딘 적 없는 소년 스파이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사진 소니픽쳐스

영국 영화감독 대니 보일은 극영화 데뷔작 ‘쉘로우 그레이브’(1994)로 주목을 받고, ‘트레인스포팅’(1997)을 연출하며 1990년대 영국 뉴웨이브를 상징하는 스타 감독이 됐다. 퀴즈쇼에 출연한 인도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로 2009년 제81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했다. 

간담회 내내 감독은 ‘28년 후’가 ‘28일 후’의 정식 후속편임을 강조했다. ‘28일 후’는 침팬지로부터 ‘분노 바이러스’가 유출된 28일 후의 영국을 그린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영화다. 주인공 짐을 연기한 킬리언 머피를 대중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28년 후’는 바이러스의 발생 28년 후가 배경으로, 감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영국 본토가 격리됐다는 설정이다.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비감염자의 공간과 감염자의 진화양상도 다양하게 변했다. 감독은 “(28년간) 사람뿐 아니라 바이러스도 생존했다는 사실을 다룬 것이 영화 ‘28년 후’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영화엔 생존자들이 모여 사는 섬 ‘홀리 아일랜드’가 등장한다. 어느 날 섬을 떠난 주인공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가 본토에 발을 들이며 생기는 일을 그렸다. ‘홀리 아일랜드’는 총을 쏘고 스마트폰이 있는 본토와 달리 활을 쏘는 등 퇴행한 사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감독은 “과거의 영국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며 “당시 영웅시되었던 궁수의 모습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헨리 5세’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28일 후’의 흥행에 ‘28주 후’(2007)라는 후속작도 개봉했으나 감독의 마음에 차진 않았다. ‘28주 후’는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디요 감독이 연출을 맡아 분노 바이러스 창궐 6개월 후를 그린 영화다. 대니 보일 감독은 2023년 미국의 온라인 매거진 인버스(Inverse)를 통해 “정식 속편이 아니다”라며 “시리즈 전체의 명성을 망칠 뻔 했다. 독창성이 부족했다”고 평했다. ‘28일 후’에 이어 ‘28년 후’의 각본을 담당한 알렉스 가랜드 역시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세상에서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격리된 섬 '홀리 아일랜드'는 생활양식 뿐 아니라 성(性)에 대한 고정관념도 되살아난 장소다. 감독은 18일 공개된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빠를 따르던 주인공 스파이크가 엄마 아일라(조디 코머, 사진)를 따라나서며 새로운 인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어떤 기로로 향할지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사진 소니픽쳐스

격리된 섬 '홀리 아일랜드'는 생활양식 뿐 아니라 성(性)에 대한 고정관념도 되살아난 장소다. 감독은 18일 공개된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빠를 따르던 주인공 스파이크가 엄마 아일라(조디 코머, 사진)를 따라나서며 새로운 인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어떤 기로로 향할지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사진 소니픽쳐스

‘28년 후’는 내년 개봉 예정인 후속작과 함께 3부작으로 구성된 ‘28년 후’ 시리즈의 서막이기도 하다. 감독은 “알렉스 가랜드는 ‘28년 후’ 시리즈의 첫번째 영화인 이번 작품이 가족의 본질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라며 “두번째 영화는 악의 본질을 다룬다. 이미 촬영을 마쳤다”고 밝혔다. 내년 개봉될 두번째 영화는 니아 다코스타 감독이 연출하고, 대니 보일 감독은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28일 후’와 ‘28년 후’ 시리즈의 연결점은 배우 킬리언 머피다. 그는 이번 영화에선 얼굴을 비치지 않지만,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대니 보일 감독은 “(내년 개봉하는) 영화의 말미에 킬리언 머피가 나온다”며 “시리즈의 마지막인 세번째 영화는 킬리언 머피의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홀리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제이미(애런 존슨, 왼쪽)와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는 부자 관계다. 영화는 스파이크가 감염자들이 사는 본토로 첫 여정을 떠나며 시작된다. 사진 소니픽쳐스

'홀리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제이미(애런 존슨, 왼쪽)와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는 부자 관계다. 영화는 스파이크가 감염자들이 사는 본토로 첫 여정을 떠나며 시작된다. 사진 소니픽쳐스

마지막으로 그는 “‘28일 후’를 사랑해주신 팬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담았다”며 “‘28년 후’도 큰 스크린으로 영화관서 직접 확인해달라”고 강조했다. 영화는 2.76:1이라는 와이드스크린 화면비로 촬영돼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지난 4월 개봉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너스: 죄인들(2025)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2016)에 사용된 화면비다. 19세 이상 관람가. 11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