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까지 위협하는 기후변화 "고온서 수면무호흡 위험 45% 증가”

평년을 웃도는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에어컨 및 냉방용 가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평년을 웃도는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에어컨 및 냉방용 가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때 이른 무더위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기후변화가 수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플린더스대 등 공동연구팀은 16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온이 높을수록 숨 멈춤 등 수면무호흡 증상을 보일 위험이 45% 높아진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폐쇄성수면무호흡증(OSA)을 겪는 11만 662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에 기도가 일시적으로 막히면서 호흡이 반복적으로 중단되는 병이다. 전 세계 약 10억 명이 이 증상으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코골이가 있는 사람 중 약 70% 정도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3년 반에 걸쳐 야외 기온이 수면무호흡증 중증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 평균기온이 27.3도 이상으로 높은 날에는 기온이 낮은 날(6.4도 이하)보다 밤에 10초 이상 숨이 멈추는 등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확률이 45% 증가했다. 이렇게 밤사이 수면무호흡 증상을 겪으면 낮 동안에도 극심한 피로가 몰려오고 집중력 저하 등으로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수면 건강 위협하는 온난화…“경제적 피해 41조”

고온 환경에서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위험이 45%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게티이미지

고온 환경에서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위험이 45%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게티이미지

문제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날도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8일에도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21.2도로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았다. 높은 습도 탓에 체감온도는 23.7도로 열대야 기준인 25도에 육박했다. 그만큼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았다는 뜻이다.


수면무호흡증 증가는 건강은 물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팀은 2023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29개 국가에서 온난화에 따른 수면무호흡증 유병률 증가로 인해 총 78만 년 이상의 건강 수명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또, 결근일 수가 늘고 업무 생산성이 저하되는 등 노동력 손실로 300억 달러(약 41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금 추세대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이런 피해는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8도 증가할 경우 2050년에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노동력 손실이 10~25%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연구팀은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없으면 수면무호흡증과 관련된 건강 및 경제적 부담은 210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수 있다”며 “건강 및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