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매력 탐구한 클래식계 샛별, 이하느리[홍진기 창조인상-문화예술 부문]

박진영·변현단·이하느리, 홍진기 창조인상 오늘 시상식
재단법인 중앙화동재단(이사장 홍석현)은 제16회 홍진기 창조인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왼쪽 사진부터 ▶과학기술 부문 박진영(43) 미국 뉴욕대 교수 ▶사회 부문 변현단(61) 사단법인 토종씨드림 대표 ▶문화예술 부문 이하느리(19) 작곡가다. 시상식은 1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빌딩에서 열린다.

[홍진기 창조인상 문화예술 부문] 이하느리 한국예술종합학교 학부생 

●2006년생 ●예원학교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음악저널콩쿠르 작곡부문 1위(2019년) ●한음음악콩쿠르 전체우수상(2019년) ●중앙음악콩쿠르 작곡 부문 1위(2024년) ●헝가리 바르토크 국제 콩쿠르 1위(2024년) ●신영아뜰리에 공모전 당선(2025년)

●2006년생 ●예원학교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음악저널콩쿠르 작곡부문 1위(2019년) ●한음음악콩쿠르 전체우수상(2019년) ●중앙음악콩쿠르 작곡 부문 1위(2024년) ●헝가리 바르토크 국제 콩쿠르 1위(2024년) ●신영아뜰리에 공모전 당선(2025년)

이하느리(19) 작곡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근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빛나는 신성이다. 지난해 3월 최연소로 출전한 중앙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더니, 11월엔 헝가리 바르토크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피아니스트 임윤찬(21)은 이하느리를 두고 “이 시대 가장 뛰어난 작곡가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서울 출신인 이하느리는 4살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을 시작했다. 클래식 애호가인 외할머니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연주가 아닌 작곡에 끌린 건 9살 때 러시아 작곡가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3번 2악장을 듣고서였다. 그는 “그 곡을 듣고 충격을 받아 오선지에 바이올린 독주곡을 끄적이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10살 때인 2016년부터 예술의 전당 영재 아카데미에서 작곡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를 졸업한 뒤 검정고시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예원학교에서 이하느리와 인연을 맺은 임윤찬은 올해 3월 통영 국제음악제와 4월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연이어 이하느리의 곡을 연주했다. 이하느리는 “예원학교 1학년 때 2년 선배인 윤찬이 형을 처음 만났다”며 “저는 현대 음악에 관심이 많고 윤찬이 형은 고전적인 피아노 세계를 동경하지만, 음악 이야기를 하면 잘 통한다”고 말했다.

곡 제목을 정하는 과정이 독특하다. 임윤찬이 연주한 그의 피아노 독주곡 ‘라운드 앤드 벨버티 스무드 블렌드(Round and velvety-smooth blend)’는 우연히 본 주류 제품 라벨에 붙어 있던 문구에서 따왔다. 여기엔 그의 음악 철학이 담겼다. 이하느리는 “내 작품은 텍스트가 추가됐을 때 매력을 더하는 음악이 아니다”라며 “특정한 의미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을 만들기보단 악기 고유의 가능성과 악기 간의 음향적 관계를 탐구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오스트리아 작곡가 베아트 푸러와 진은숙을 좋아했다는 이하느리는 최근 체코와 슬로베니아, 일본 현대 음악 작곡가 작품을 즐겨 듣는다. 그는 “고전은 당연히 공부해야 하는 것이고, 특히 로베르트 슈만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라면서도 “고전 작곡가의 경우 이미 조사나 연구가 많이 이뤄져 있다. 살아 있는 작곡가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탐구하는 데서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하느리의 음악적 지평은 넓어져 간다. 오는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지휘 최수열)이 그의 창작곡 ‘언셀렉티드 앰비언트 루프스 25-25(Unselected Ambient Loops 25-25)’를 초연한다. 이하느리의 첫 국악관현악 작품이다. 이하느리는 “지금까지는 16분 정도가 가장 길게 써본 곡인데 이번에는 40여 분에 이른다”며 “국악은 음색 자체가 매우 독보적이어서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분야 같다”고 했다. ‘천재 작곡가’라는 평가에 대해 “말도 안 된다”라고 손사래를 친 그는 가까운 미래에 유럽으로의 유학도 계획하고 있다.

홍진기 창조인상은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 발전기에 정부·기업·언론 분야에서 창조적인 삶을 실천하는 데 힘을 쏟았던 고(故) 유민(維民)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16회를 맞은 올해의 수상자들은 각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과 함께 혁신적인 창의성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새 비전을 제시해 대한민국의 힘과 긍지를 세계에 떨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는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오준호 KAIST 석좌교수, 유명희 KIST 명예연구원, 김은미 서울대 교수, 주완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봉렬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가 맡았다. 오세정 심사위원장은 “창조인상 수상자뿐 아니라 뛰어난 여러 후보자를 심사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리더들의 높은 창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민(維民) 홍진기(1917~86)=한국 최초 민간 방송인 동양방송(TBC)을 설립하고  중앙일보를 창간해 한국의 대표 언론으로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