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연체 빚, 일괄 매입해 소각 추진

서울 명동 거리. 연합뉴스
장기 연체 채권은 7년 이상 빚을 못 갚은 5000만원 이하 개인 채무(담보 채무는 제외)가 대상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출자해 별도의 채무조정 기구를 만들어 연체 채권을 금융사로부터 일괄 매입 후 소각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했던, ‘배드뱅크’와 유사한 형태다. 채무조정 기구가 금융사와 협의해 연체 채무를 직접 사들이기 때문에 별도의 신청이 필요 없다.
채무조정 기구가 연체 채권을 매입하면 해당 빚은 일단 추심이 중단된다. 다만 모든 빚이 바로 다 탕감되는 것은 아니다. 채무조정 기구는 매입한 채권을 채무자가 갚을 능력이 되는지 심사한다. 이때 개인 파산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면 빚을 전액 감면하기로 했다. 도덕적 해이를 막는 장치다. 빚을 일부 갚을 수는 있지만,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원금의 최대 80%까지만 감면하고, 남은 금액은 10년 이상 장기 분할 상환으로 채무 조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은 추후 마련하기로 했다”면서 “일단 중위소득 60% 이하이고, 처분 가능 재산이 없어야 빚 탕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3분기까지 구체적 방안을 확정해 마련할 예정이다. 이후 채무 매입과 심사 등을 거치면 실제 빚이 소각되는 시점은 1년 정도 더 걸릴 전망이다.
“재원 금융사 지원받겠다”…상법 개정과 충돌 논란

김영옥 기자
관건은 재원이다. 정부는 약 113만명이 가진 16조4000억원의 채무가 대상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채무조정 기구는 해당 채무를 사들일 때 금융사와 협의해 매입가를 정하는데, 통상 채무 금액의 5%면 매입이 가능하다. 이럴 경우 약 8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4000억원을 이번 추경을 통해 마련하고 모자란 나머지 4000억원은 금융사의 지원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논란은 나온다. 정부가 주주 가치에 반하는 경영 활동을 하지 못하게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빚 탕감을 위해 금융사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 모순될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상생 금융도 배임 이슈가 있었는데, 상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빚 탕감 지원에 대해 경영진들이 당연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들과 (재원 지원에 대해) 대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에 있다”라고 했다.
새출발 기금 확대해 소상공인 순채무 90% 감면
정부는 추경 예산 7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순채무 감면 비율을 일괄 90%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간 새출발기금은 소득이나 재산 상태를 심사해 순채무 감면 비율을 60~80%로 차등화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위소득이 60% 이하고, 자산 기준 등에 부합하면 순채무를 90% 감면받는다. 또 남은 채무의 분할 상환 기간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린다. 대상도 2020년 4월에서 올해 6월까지 창업한 소상공인으로 넓히기로 했다. 이럴 경우 10만명의 소상공인이 더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다만 감면금액이 커지고, 대상 기간 등이 확대되는 만큼 대상 채무는 1억원 이하(무담보)로 제한한다. 이 밖에 정부는 추경 예산 2904억원을 투입해 정책 자금을 성실하게 상환 중인 소상공인 19만명에게 최대 15년의 분할 상환과 이자 감면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