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중간 관리자, 새로운 타깃 됐다…AI 발 빅테크 대량 해고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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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메타·구글 등 빅테크들이 최소 수천 명에서 최대 수만 명 수준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연이어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하면서다.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올해부터는 판단과 조율이 필요한 직무까지 대체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무슨일이야

블룸버그는 “MS가 7월 초 수천 명을 추가 감원할 예정”이라며 “영업 부서가 주요 대상이지만, 시기와 대상은 유동적”이라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5월 제품·엔지니어링 부서를 중심으로 6000명을 해고한 데 이은 올해 두 번째 대규모 감원이다. 월스트리트저녈(WSJ)는 “MS가 AI 투자에 대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인력 감축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전환으로 인한 해고는 빅테크의 뉴노멀이 됐다. 메타는 지난 2월 저성과자로 분류된 3600명을 해고했다. 구글 역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아마존도 향후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CEO가 직접 언급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앤디 제시 아마존 CEO는 17일 사내 공지를 통해 “앞으로 일부 업무는 인력이 줄어들 것이고, 대신 새로운 유형의 업무를 처리하는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몇 년 내에 회사 전체 인력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실화된 AI발 일자리 재편

인원을 감축하고 있는 빅테크들의 목적이 비용 절감 때문만은 아니다. AI를 중심으로 업무를 재편하고 기술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조직 환경을 재배치하는 게 이들의 목표.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보고서에서 “고용주 41%가 AI로 인한 인력 감축을 계획 중이다. 기술 변화가 일자리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인원 감축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적 재편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다.

해고 요건이 엄격하고, 노동시장 규제가 강한 한국은 아직까지 미국 빅테크와 같은 대규모 해고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차가 있을 뿐 국내 기업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한국은행과 IMF는 올해 2월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국내 근로자의 27%가 AI로 인해 임금 하락과 일자리 상실을 경험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노동법상 정규직 해고가 쉽지 않아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미국처럼 눈에 띄게 대규모로 이뤄지진 않는다”며 “다만 기업 내에선 신규 채용 축소나 자연 퇴직 유도, 혹은 조직 개편에 따른 재배치 방식으로 조용히 인력 조정을 하는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최근 몇 년간 AI는 주로 콜센터나 사무 보조 등 단순 업무 중심으로 일자리를 대체해왔지만, 이제는 중간 관리자(middle management)까지 대체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AI로 의사결정·보고 체계 자동화가 가능해지면서 ‘중간에서 판단만 하던 관리자’의 역할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지난 4월 2만 2000명을 감원한 인텔의 목표 중 하나도 중간 관리자를 줄여 조직을 수평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었다. 립부 탄 인텔 CEO는 “조직의 복잡성을 제거하고, 엔지니어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기 위해 관리 계층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미 후드 MS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 4월 실적발표에서 “고성과 팀을 만들고, 민첩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자 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