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창조력, 미래를 열다

제16회 홍진기 창조인상 시상식이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겸 중앙화동재단 이사장, 박진영 뉴욕대 교수, 변현단 사단법인 토종씨드림 대표, 이하느리 작곡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김종호 기자

제16회 홍진기 창조인상 시상식이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겸 중앙화동재단 이사장, 박진영 뉴욕대 교수, 변현단 사단법인 토종씨드림 대표, 이하느리 작곡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김종호 기자

“수학은 그 결과를 일상적인 언어로 설명하기 쉽지 않아 대중의 눈길을 끄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 상은 수학의 진보가 수학 공동체 밖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여겨져 더욱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1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빌딩에서 열린 제16회 홍진기 창조인상 시상식에서 과학기술 부문 상을 받은 박진영(43) 뉴욕대 교수는 “이번 상은 많은 수학계 분들이 켜켜이 쌓아온 노력의 결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교수는 20년 가까이 이산(離散)수학계의 난제로 여겨졌던 ‘칸-칼라이(Kahn-Kalai) 추측’을 증명해낸 수학자다. ‘칸-칼라이 추측’은 물질이나 구조의 상태가 달라지는 기준점인 임계값과 가까운 근삿값을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실제 임계값과 이 근삿값이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 교수는 이 추측이 참임을 밝혀내 수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후 중고교에서 6년 반 동안 수학교사로 일하다 뒤늦게 미국에 건너가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스스로를 “남들보다 한참 늦은 시기에 공부를 시작한 늦깎이 인생”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수상이 각 분야에서 노력하는 늦깎이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며 “남들과 다른 빠르기로 성장하고 있는 이들에게 더 관대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홍진기 창조인상은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 발전기에 정부·기업·언론 분야에서 창조적인 삶을 실천한 유민(維民) 홍진기(1917~86) 전 중앙일보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2010년 제정됐다. 과학기술·사회·문화예술 등 3개 부문에서 창조적 업적을 이룬 이들에게 매년 시상해 왔다.


사회 부문 상을 받은 변현단(61) ㈔토종씨드림 대표는 토종 씨앗을 발굴·육종·보급하는 일을 17년째 해 온 인물이다. 무관심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재래종 씨앗을 지키기 위해 전국을 돌며 1만종이 넘는 토종 씨앗을 모았다. 이렇게 얻은 씨앗을 전국에 보급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변 대표는 수상 소감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구나 싶을 정도로 특별한 지원 없이 ‘우리 생명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해 왔다”면서 “이번 수상을 통해 토종 씨앗이 더 널리 퍼져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부문 이하느리(19) 수상자는 클래식과 국악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소리의 매력을 탐구하고 있는 신예 작곡가다. 지난해 최연소로 출전한 중앙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헝가리 바르토크 국제 콩쿠르에서도 우승해 이름을 알렸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21)이 올해 3월과 4월 통영과 런던에서 그의 작품을 연주했고, 오는 26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 국악관현악단과 함께 첫 국악관현악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시상식에서 “창조라는 말 앞에 서면 부담을 느끼지만, 그 의미에 가까워지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시도한다”면서 “앞으로도 듣는 이의 해석과 감각이 머물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창조인상 심사위원장인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중앙화동재단 이사)은 이날 환영사에서 “올해 과학 부문 후보가 53명에 이를 정도로 후보자들의 양적, 질적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후보자들의 혁신성뿐 아니라 이들의 활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선한 영향을 주었는가를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가족 대표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겸 중앙화동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창조인이란 각 분야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나와 새롭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생각해 보는 사람”이라며 “세 분의 수상을 축하하며, 더욱 정진해 후세에 세상을 바꾸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힌 창조인으로 길이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