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공습 피해 벙커 은신…후계자 후보 3명 지명, 차남 제외"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테헤란에서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테헤란에서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가 자신이 암살당할 경우에 대비해 후계자 후보 3명을 지명했다고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9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이란 지도부의 우려가 크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NYT는 '비상 전시 계획'에 정통한 이란 관리 3명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성직자 기구인 '국가지도자운영회의(전문가회의)'에 자신이 암살되면 3명의 고위성직자 후보 중에서 후계자를 신속히 선출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이란군 총사령관이자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의 수장이면서 시아파 신앙의 가장 권위 있는 수호자로 여겨진다.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자신이 암살하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럴 경우 순교로 간주할 것이라고 관리들은 말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데 몇달이 걸리지만 현재 전쟁 중인 상황을 고려해 하메네이가 '신속하고 질서 있는 승계'를 위해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다만 후계자로 유력했던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는 후보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모즈타바는 공식적인 직책은 없지만 하메네이 정권의 실세 조직인 '최고지도자 출판사무국'을 이끌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이 9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NYT는 이란이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휘 계통이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고 봤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최소 4명의 고위 당국자가 사망했다. 하메네이는 군 지휘관이 추가로 사망할 경우를 대비해 지휘 계통에 따른 대체자를 선택했다고 한다. 

벙커 피신한 하메네이…"암살 두려움 커져"

지난 18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8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메네이는 현재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지하 벙커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시에는 테헤란 중심부에 위치한 '베이트 라바리(지도자의 집)에 거주하며 회의나 대국민 연설을 하는데, 설교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곳을 나서지 않는다. 

NYT는 "하메네이의 벙커 피신은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얼마나 맹렬하게 타격받았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후계자 후보 지명에 대해서도 "하메네이의 30년 통치가 위태로운 순간에 직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정보 작전으로 고위층에 암살과 침투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란 정보부는 군 지휘관과 고위 공직자들에게 휴대전화나 전자기기 이용을 중단하고 지하 벙커에 머물도록 지시했다.  

모하마드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의 수석 고문은 유출된 육성 자료에서 "대규모 보안 및 정보 유출이 발생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고위 지휘관들은 모두 한 시간 만에 암살당했다"며 "이란의 가장 큰 실패는 이스라엘 공작원들이 몇달에 거쳐 미사일과 드론 부품을 밀반입해 공격을 준비한 계획을 알아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보부와 군 당국은 수상한 사람이나 차량을 신고하고 민감한 사진과 영상 등을 유포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 이란 내 인터넷과 국제 전화도 안보를 이유로 거의 차단됐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적과 협력하고 있는 사람은 22일 자정까지 당국에 자수하고 무기를 반납하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라"며 "이후 이적 행위가 적발될 경우 사형에 처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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