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제주 득표율 54.76%, 노무현(56.05%) 이후 최고치
“김문수 41%는 친윤계 절연 걸림돌, 국민의힘에 독 될 것”
“3, 2, 1. 출구조사 결과를 보시겠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51.7%, 김문수 후보 39.3%, 이준석 후보 7.7%입니다.”
지난 3일 오후 8시 지상파 방송 3사(KBS·MBC ·SBS)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더불어민주당 제주선거대책본부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제주도당선대위 상임총괄위원장인 김한규(50·제주 제주시을) 의원이 오른손을 불끈 쥐며 ‘이재명’을 외치자 선대위 관계자들도 함께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렇게 기쁨을 나누고 그간의 노고를 자축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인터뷰에서 “대선 후 ‘이겼다’는 기쁨도 있지만, 여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도 함께 느낀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여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 느껴”
대선 소회가 궁금합니다.
“꼭 이겨야 하는 선거여서 절실하고 간절하게 임했습니다. 대선 후에는 ‘이겼다’는 기쁨도 있지만, 여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도 함께 느낍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제주 득표율이 높게 나왔습니다.
“지난 대선 때도 제주 득표율이 높았는데(52.59%), 이번 대선에서 조금 더 높아졌네요.”
어떤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시나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20대와 60대 맞춤 운동이 통한 것 같아요. 저희 도당이 3000명을 샘플로 디테일하게 여론조사를 했는데, 당시 20대에서 많이 지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제주 지역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준석 당시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강하더라고요. 그래서 대학가에서 집중 유세를 펼쳤습니다. 단과대학 축제도 찾아가고 대학생들과 릴스(인스타그램)와 쇼츠(유튜브)를 찍어서 올렸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바이럴(입소문)이 되더니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유세 마지막 날에는 대학가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발로 뛴 것이 효과로 나타난 거네요?
“20대 중에는 정치에 무관심한 부동층도 많은데, 이들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는 쪽에 표를 주거든요. 대선 기간 ‘학식 먹자 이준석’이 이슈가 됐는데, 사실 그전부터 제가 학식 먹기를 하면서 대학생들을 만나고 있었어요.”
반면 60대 이상은 지지 정당이 확고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며칠 동안 우리 당 동료 국회의원, 전·현직 도의원들과 함께 하루에 한 번 이상 경로당에 의무적으로 방문해 인사드리고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설명하는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그랬더니 저희의 노력과 진정성이 통했는지 ‘내가 이재명을 찍어주면 제주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마음을 열어주시더군요.”
김 의원은 대대로 제주도에서 살아온 명문가의 후손이다. 증조부는 광복 후 초대 제주경찰서장, 조부는 제주지방법원장을 지냈다. 아버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제주에서 오랫동안 이비인후과를 운영했다.
김 의원 역시 제주북초, 제주중, 대기고(제주 소재)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진학해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5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주로 기업들의 인수합병·준법경영 법률 자문을 맡았는데, 미국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LL.M.) 학위를 취득,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갖고 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거쳐 제주을 재선(21·22대) 국회의원이 됐다.

6·1 보궐선거 당선자 및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의원들이 2022년 7월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선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규·박정하·안철수·김영선·최영희·이인선·이재명·장동혁 의원. 김상선 기자
이재명 정부 인선이 한창입니다.
“면면을 보면 실용적이고 능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관료 사회에서 벌써 ‘실력을 우선한 인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이 특히 파격적이었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내려놓았다는 메시지를 줬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4선인 우상호 전 의원도 차관급인 정무수석으로 갔습니다.
“당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까지 했던 분이 수석 자리로 가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죠. 우리 당의 유력 정치인 두 분(강훈식·우상호)이 정권이 시작되자마자 자신보다 국익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결심을 한 것입니다.”

5월 22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주시 동문로터리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제주도에 지역구를 둔 김한규·위성곤·문대림 의원을 소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우상호는 야당과 대화가 되는 분”
여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이기에 우 수석의 활약이 중요할 텐데요.
“상당히 유연하고 야당과도 대화가 되는 분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우상호 당시 원내대표가 230석이 넘는 찬성표를 얻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당내에서도 특정한 계파 없이 모든 분과 두루두루 잘 지내온 평소 모습을 보면 여당 내의 조율이나 야당과의 대화를 모두 잘해낼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야당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입니다.”
유시민 작가 등은 김문수 당시 후보의 득표율이 40% 이상 나온 점을 근거로 이재명 정부가 국민의힘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의원님 예상은 어떠십니까?
“저도 유시민 작가와 같은 생각입니다. 계엄과 탄핵 에도 지지 정당에 투표하는 결집 효과가 나타났는 데, 이는 우리나라가 극단적으로 진영화됐다는 증거 죠. 투표를 적극적으로 하는 분들은 웬만하면 지지 정당을 바꾸지 않는 구조라는 점이 증명됐습니다. 저는 40% 이상 득표율이 국민의힘에 독이 될 것이라고 봐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만약 대선 전에 국민의힘 반탄파(윤석열 탄핵 반대파)가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 뒤 윤석열과 명백히 절연하고 김문수 후보가 아닌 다른 대선후보를 선택했다면 우리 당은 훨씬 어려운 선거를 치렀을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지더라도 친윤과 극단 적 지지층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힘을 잃는 계기가 됐을 테죠.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 상황을 보십시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권을 발동했는데, 이는 굉장히 상식적인 수준의 개혁안이거든요. 그런데도 친윤계의 반발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 40% 이상의 득표율이 국민의힘의 발목을 계속 붙잡게 될 것입니다.”
친윤계의 2선 퇴진 등 전향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까요?
“친윤계는 원래 전면에 나서지 않습니다. 20~30명 정도의 영남 중진들이 중심이라고 봐야 하는데, 아마 그동안 친윤의 상징이었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퇴임하면 ‘뭘 더 해야 하느냐’며 적반하장으로 개혁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게 전면에 나서지 않고 암약(暗躍)하겠죠.”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대선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누구라도 윤어게인’이라는 문구가 인쇄된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김한규 페이스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22/e989a9c5-d7d1-4f14-8d2d-185dfe74b8ef.jpg)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대선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누구라도 윤어게인’이라는 문구가 인쇄된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김한규 페이스북]
공공기관장 ‘알박기’ 논란, “이번에는 바꿔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요?
“여당 당대표는 대통령께 직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리예요. 대통령실 참모는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기 때문에 직언하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물론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참모도 직언해야 하지만,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아무튼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역·직군·세대·젠더별로 불만이 생길 텐데, 당대표가 그러한 민심을 대통령께 가감 없이 전달해서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국정 운영을 하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직언이 갈등으로 불거지지 않을 만큼 대통령과의 인간적인 신뢰도 갖추고 있어야 하겠죠.”
이재명 정부가 꼭 챙겼으면 하는 개혁 과제가 있나요?
“공기업, 공공기관장 등 공직자의 임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윤석열 정부 인사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도 자진 사퇴할 뜻이 없다는 거잖아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이 바뀌면 어디까지 교체해야 되는지 논의하다가 중단됐는데, 현직은 임기를 보장하더라도 5년 후에는 어떻게 할지 지금부터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12·3 계엄 사태 이후 공공기관장 56명을 임명했다. 이른바 ‘알박기’ 논란이다. 공기업 및 공공기관장 10명 중 7명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이재명 정부와의 어색한 동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다음에 자신들이 여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여의도 정치권이 공직자 임기 문제에 소극적으로 접근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공직자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전해지잖아요. 제가 2022년 6·1 보궐 선거로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국회에 입성했거든요. 그때 하반기 국회의장을 두고 여야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해 몇 개월 동안 국회가 열리지 않았어요.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 정말 괴롭더라고요. 공직자 임기 문제는 결코 여의도 정치권의 자리싸움이 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역 이슈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1월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을 발의하셨습니다.
“월간중앙 독자들께서 관심 있어 할 내용은 아닐 텐데요(웃음). 제주는 특별자치도라서 기초자치단체가 없어요. 제주·서귀포시장이 임명직입니다. 제주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행정 측면에서 새로운 실험을 했던 건데, 도민들 사이에서 ‘시장을 직접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주도가 제주시를 동·서로 쪼개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제주시는 하나의 생활권이고, 제주시의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도 아닌데 행정적인 이유로 시를 쪼개는 것이 맞냐는 의문이 듭니다.”
올해 목표는 ‘상임위 스페셜리스트’
이 대통령이 ‘부·울·경 메가시티’를 공약하는 등 통합이 대세인데, 그러한 흐름과도 맞지 않네요.
“지자체를 합쳐 하나의 경제·문화권을 만드는 것이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주는 관광 산업이 핵심인데 행정 구역을 쪼갬으로써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고요. 행정안전부 장관이 임명되면 주민투표 등 제주도민들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생각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를 확대하는 것은 관광도시 제주에 긍정적 신호겠네요.
“지역화폐 효과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소상공인들이 많은 지방에서는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이거든요.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효과가 있거든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인터뷰에서 “상식적이고 유능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김정훈 기자
올해 목표가 있다면?
“제가 맡은 두 상임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에서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은 많은 분야를 챙겨야 해서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두 분야만큼은 제대로 해내기 위해 여당 의원으로서 책임 감을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상식적이고 유능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국회의원의 성과는 결국 법안 통과잖아요. 그래서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민주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국민의 시선에서 상식적으로 판단하려고 합니다. 실용적이고 성과를 내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기도 하니까요. 방송에 출연해서는 말 한마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상식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유능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지름길일 것입니다. 정치에 입문하고 지금까지 변치 않는 제 목표입니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