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란 핵시설 공습 사실을 확인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AFP=연합뉴스
이란이 자국 핵시설 공격시 ‘보복’을 공언한 상황에서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초강경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훨씬 더 강력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보복, 미국의 재공습으로 이어지는 확전 가능성이 우려되면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일단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맞받은 다음,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미국을 향해 보복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예정에 없던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 정권의 세 주요 핵시설에 대한 대규모 정밀 타격이 이뤄졌다”며 “우리의 목표는 이란 핵농축 능력을 파괴하고 세계 최대 테러 후원국인 이란이 초래한 핵 위협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에 대해서는 “놀라운 군사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평가했다.

신재민 기자

이란 포르도 핵시설 위성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중동 깡패 이란, 평화 선택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평화가 속히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목표물을 정밀하게, 신속하게, 그리고 숙달된 기술로 공격할 것”이라며 “그중 대부분은 몇 분 안에 제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우리는 포르도ㆍ나탄즈ㆍ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맨 처음 알렸다.

미국 백악관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백악관 상황실 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댄 케인 합참 의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 백악관
이란 “‘국가산업’ 중단 안할 것”
미국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20년 1월 드론을 이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관여한 적은 있지만,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은 40년간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쳐 왔다.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살해됐다”며 이번 공격을 정당화했다.
“포르도 타격에 벙커버스터 12발 투하”
미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B-2 폭격기 6대가 지하 깊숙이 위치한 포르도 핵 기지에 벙커버스터 폭탄 12발을 투하했으며 나탄즈와 이스파한의 핵시설에는 해군 잠수함에서 30발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벙커버스터 GBU-57은 이란 산악 지역 포르도의 지하 깊숙이 건설된 핵시설을 지상 작전 없이 파괴할 수 있는 현존하는 유일한 무기다. 미 공군이 벙커버스터 폭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고 했다.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2주 협상 시한’ 연막이었나
관건은 이란의 대응과 확전 여부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22일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거론하며 보복을 경고했다. 혁명수비대는 I성명을 통해 “침략에 가담한 항공기의 비행 위치를 확인하고 감시했다”며 “역내 미군 기지의 개수, 분포, 규모는 강점이 아니라 취약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테러정권의 침략으로 이란은 자위권을 선택했고 침략자들은 유감스러운 대응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외무장관회의에서 “미국은 이란의 평화적 핵 시설을 공격함으로써 유엔 헌장, 국제법, 핵확산금지조약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다”며 “우리는 정당한 자위권에 따라 대응할 것”라고 말했다. 아락치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미국의 공습은) 터무니없고 영원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정권교체는 계획에 없단 뜻 전달”
다만 미국은 이날 이란과의 외교 접촉에서 핵시설 공격이 미국 계획의 전부이며 이란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CBS 방송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