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각생' 애플이 퍼플렉시티 인수 검토하는 이유는 [팩플]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기 않기 위한 빅테크들의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투자하거나, 대대적으로 AI 인재 영입에 나서기도 한다.

무슨 일이야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의 인수합병(M&A) 결정권자들은 최근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아직 검토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투자 규모 등은 나오지 않았지만 블룸버그는 최근 애플과 퍼플렉시티가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퍼플렉시티에 관심을 보이는 건 애플만이 아니다. CNBC는 전날 메타가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AI에 투자를 결정하기 전, 퍼플렉시티 인수를 논의하다 협상 단계에서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메타는 최근 스케일AI에 143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드미트리 쉬벨렌코 퍼플렉시티 CBO가 지난해 6월 오후 서울 중구 SK텔레콤 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드미트리 쉬벨렌코 퍼플렉시티 CBO가 지난해 6월 오후 서울 중구 SK텔레콤 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애플·메타는 왜?

주요 빅테크 중 애플과 메타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AI 기술 개발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은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의 업그레이드가 계속 지연되고 있고, 지난 9일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발표한 AI 기능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메타 역시 지난 4월 공개한 LLM(대형언어모델) 라마4 성능이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있었다. 퍼플렉시티 인수 시도는 이러한 기술적인 약점들을 유망 AI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보완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WWDC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크레이드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 EPA=연합뉴스

지난 9일 WWDC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크레이드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 EPA=연합뉴스

 
애플의 퍼플렉시티 인수 시도는 구글의 반독점 재판과도 관련이 있다. 애플은 자사 기기의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로 설정하고 그 대가로 매년 약 200억 달러(약 26조원)를 지불받고 있다. 올해 구글 반독점 재판에서 미국 법무부는 이 관행을 ‘검색 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구글의 반독점 행위’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애플에는 구글을 대체할 새 AI 검색 엔진이 필요해질 수 있다.

메타는 인재 영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타 기업의 AI 개발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초지능 연구소’ 설립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메타는 연구소에서 일할 인재를 구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메타는 스케일AI에 20조원 가까이 투자하면서 알렉산더 왕 CEO도 함께 영입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메타가 알렉산더 왕 CEO에 이어 냇 프리드먼 전 깃허브 CEO, 오픈AI 수석 과학자 출신 일리야 수츠케버가 설립한 SSI(세이프 수퍼인텔리전스) 공동 창업자 대니얼 그로스 등을 영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퍼플렉시티 전략은

퍼플렉시티는 오픈AI 연구원 출신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등이 2022년 설립한 AI 검색 스타트업이다. 무언가 검색을 하면 관련 내용이 들어있는 자료나 사이트 링크를 제시하는 게 아닌,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보여주는 AI 검색을 초기부터 목표로 삼아왔다. 업계에서는 전통 검색 강자 구글의 ‘대항마’로 불리며 입지를 다져나가는 중이다. 지난달 기준 퍼플렉시티의 기업가치는 140억 달러(약 19조원)로 평가받았다.

최근 퍼플렉시티는 자사 검색 서비스를 활용할 하드웨어와 운영체제(OS)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오는 2026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스마트폰에 퍼플렉시티 검색 엔진을 탑재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외신은 퍼플렉시티의 검색 기능을 삼성 웹 브라우저에 탑재하거나 AI 검색 기술을 삼성의 음성 비서 ‘빅스비’에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2월에는 웹 브라우저 ‘코멧’ 출시를 예고하고, 지난 5월에는 브라우저 개발 스타트업 사이드킥을 인수하기도 했다. 구글이 웹 브라우저 크롬을 통해 검색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검색 엔진을 만들어 이용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