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군이 AP통신사를 통해 지난 2023년 5월 2일(현지시간) 배포한 자료 사진으로 미국 미주리주 휘트먼 공군기지에서 공군병사들이 '벙커버스터'(GBU-57)를 운용하는 모습. 미 공군 제공. AP=연합뉴스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이 현실화할 가능성과는 별개로 무력하게 지하 시설을 파괴당한 이란의 사례는 말 그대로 '정권의 생존'을 위해 견고한 지하시설 구축에 공을 들여온 북한에게는 그 자체로 공포가 될 수 있다.
北 지하시설도 예외 아냐
또 상당수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생산·저장도 지하 시설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다. 영변 핵단지, 풍계리 핵실험장,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이 대표적이다.
수령 결사옹위 정신을 강조하는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보위(保衛)를 위해 평양 일대에 핵탄두 생산·보관 시설을 뒀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백두혈통을 지키기 위해 평양을 핵 갑옷을 두른 요새로 만든 셈이다. 실제 평양 만경대구역의 원로리 일대에 있는 지하시설의 경우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을 위한 비밀 장소로 수년간 지목돼왔다.

북한이 2023년 12월 발사한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 지하로 추정되는 은닉시설에서 발사를 위해 기동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한·미는 이런 핵심 표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유사시 타격 훈련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트럼프가 2019년 2월 북·미 정상 간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숨겨왔던 핵시설을 5곳으로 특정한 게 방증이다.
이란 폭격 지켜본 김정은의 충격과 공포
이란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산악지대인 포르도 지역에 핵시설을 만들어 외부의 공격에 대비했다. 특히 지하 80~90m 깊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메인 홀'은 이스라엘이 가진 폭탄으로는 뚫을 수 없을 만큼 깊고 견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지리적 이점에도 이란의 핵시설은 결국 미국의 표적으로 전락했다. 트럼프는 공습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란의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3개 핵 시설을 공습했고 주요 핵농축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란은 앞으로 상당 기간 물리적으로 핵 개발이 어려운 상황을 맞은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이미 구축한 지하 은닉 시설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무기나 핵 물질을 재배치하거나 분산하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비용이 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밤 10시 백악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공습했다고 밝히는 모습. AP, 연합뉴스
괴물 미사일 현무-Ⅴ도 대기 중
이런 위력 때문에 GBU-57은 사실상 실전용보다는 억제용 전략무기로 분류되곤 했다. 포르도 핵시설 타격 전까지 실전에서 활용된 사례가 없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일각에선 포르도 핵시설이 지하 90m에 자리해 GBU-57로 파괴가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미국은 B-2 6대에 각 2발씩 탑재한 GBU-57 12발을 집중적으로 투하해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에서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포르도를 파괴할 건 GBU-57뿐이라면서 줄곧 미 측의 개입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10월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지대지 미사일 현무-5가 분열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지대지 미사일로 대규모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은 폭격기에서 투하되는 벙커버스터보다 위협적일 수 있다. 미국의 벙커버스터에 가세해 현무 수십 발이 마하10 이상의 속도로 핵시설이나 김정은의 은신처를 한 번에 때리면 북한으로선 당해낼 방도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군 당국은 현무-Ⅳ·Ⅴ 수백 기를 양산해 배치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2023년 현무-Ⅳ에 이어 2024년 국군의날 행사에 현무-Ⅴ를 연이어 공개했을 때 북한이 "기형 달구지", "분식된 흉물"(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등으로 비난한 것 자체가 공포감을 반영한다는 게 군 내부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