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 "공직사회 세상 바뀐 것 모르나"…'군기 잡기' 논란에도 강공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가운데)이 2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가운데)이 2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검찰 업무보고를 30분 만에 중단시키는 등 ‘군기 잡기’ 논란을 빚은 국정기획위원회(이하 국정위)가 22일 “공직사회가 세상이 바뀐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한주 국정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업무보고를 총평하자면 노력에 비해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며 “새 정부가 들어선 지 2주가 됐지만, 완전히 새 정부 의지에 맞추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함께 참석한 이춘석 경제2분과장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세상을 바꾸는 계획을 하고 있는데 이를 이행할 공직사회는 세상이 바뀐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18일 전 부처를 대상으로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한 국정위는 20일 대검찰청·방송통신위원회·해양수산부 보고를 도중에 줄줄이 중단시키고 재보고를 요구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날 국정위원들은 “수사·기소권 분리, 검사징계법 개정안 내용이 빠져있는, 형식적 요건 자체가 갖춰지지 않은 불성실한 보고”(이해식 정치행정분과장), “방송·통신 공약 이행 계획이 너무 부족해 이행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러 적절치 않은 발언”(홍창남 사회2분과장) 등을 들었다. 해수부 업무 보고 중단 이유에 대해서는 해수부 이전 관련 자료가 사전에 유출된 점을 들었다. 또 이춘석 분과장은 “해수부 이전 논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도 (업무보고 내용) 거의 마지막 단계에 부산 지역 공약으로 이를 다루고 있고 내용도 안일하고 부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위의 군기 잡기 논란과 관련 이 위원장은 “보고 중단 사유는 과거 정부에서 어떻게 했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라고 했다. 재보고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른 측면에서 얘기하자면 공무원 사회를 신뢰하고 있다, 함께하려는 의지”라며 “정말 (부처에) 실망했으면 보고를 영원히 안 받고 우리가 공약을 짜면 된다”고 말했다. 또 보고 부실의 이유도 “지난 정부 3년간 이완된 국정 운영의 반영”이라며 부처 자체보다는 전 정부에서 찾았다. 박홍근 분과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지적할 자격이 있느냐”며 “(윤 정부) 국정 실패와 계엄 이후, 국가를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매도하는 비난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법무부는 업무 보고 때 검찰 개혁과 관련해 전향적인 내용을 가져왔다”며 “법무부 핵심 보직에 검사 출신이 많은 만큼, 법무부 보고를 보니 검찰 재보고가 맹탕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위는 검찰과 방통위로부터 각각 25ㆍ26일 재보고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도 재보고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