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지난 15일 네이버 출신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임명에 이어 과기정통부 장관까지 산업계 출신 인공지능(AI) 전문가가 지명됨에 따라, AI 개발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 3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에 참가해 엑사원 딥을 소개하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배경훈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 등으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며 “AI 3대 강국 달성을 위해 어렵게 모신 전문가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배 후보자는 1976년생 서울 출신으로 광운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컬럼비아서던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2016년 LG경영연구원 합류 이후 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장, LG AI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LG그룹의 AI 전략을 이끌어 왔다. LG AI연구원은 2021년 LLM(거대언어모델) ‘엑사원’을 선보인 이후 꾸준히 개발해 지난해 AI 모델 ‘엑사원 3.5’를 공개한 바 있다. 이 모델은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인공지능연구소(HAI)가 공개한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AI 모델’로 꼽힐 만큼 글로벌에서 인정받았다. 배 후보자는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위원, 초거대AI추진협의회 회장 등을 지내며 민간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도 해왔다.
배 후보자는 AI 산업에 있어 성장과 윤리를 모두 강조해온 인물이다. 그는 2023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윤리적인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LG AI연구원은 지난 4월 유네스코와 함께 AI 윤리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AI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AI수석과 과기정통부 장관에 네이버와 LG의 AI 수장을 앉히면서 소버린 AI 정책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LG와 네이버는 AI 전략과 관련해 이른바 ‘자주파’로 불리는 기업들이다. 국내 자체 AI 파운데이션(기반) 모델 및 생태계를 개발하는 ‘소버린 AI’ 전략의 양강으로 꼽힌다. 두 사람을 AI 사령탑 투톱에 올린 것은 그만큼 소버린 AI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배 후보자는 지난 20일 울산에서 열린 ‘AI 글로벌 협력 간담회’에서도 “세계적으로 뛰어난 AI 모델을 대여섯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