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이란의 국기. Cryptorank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U.S. Air Force
패권적 힘을 동원한 중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힘을 통해 중동의 거대 적성국 간 전쟁은 순식간에 휴전에 들어갔다. 23일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적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이날 정오 무렵 마침내 트럼프의 발표대로 휴전에 합의했다.
일부 국내 언론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우선주의(MAGA)’ 지지자들이 이번 공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미국 내 반응을 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깼다는 비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Britannica
실제 중국은 20세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열강의 ‘뒷마당’이었던 중동 지역에 끊임없이 영향력을 넓히려 시도해 왔다. 2023년 3월 이슬람 수니파 맹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국인 이란 대표가 베이징에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것은 중동의 지정학을 뒤흔드는 기념비적 성과였다. 반면 미국 입장에선 궤멸적 외교 실패로 인식할 수 있다.
중국은 휴전 합의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중동 정세를 고도로 주목하고 있고, 휴전이 조기에 실현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수단이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며 “관련 당사국이 조기에 정치적 해결이라는 올바른 궤도로 돌아오기를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무력으로 이란을 길들이려 한 미국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이란의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24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과의 통화에서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위험한 행동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란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지난 6월 13일 이란 공습을 준비 중인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 이스라엘 방위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러시아·이란·북한과 함께 ‘새로운 악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 국가는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전복하고 ‘인류 운명 공동체’라는 이념을 내세워 전체주의적 세계 지배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 이란은 중국 중동 전략의 핵심 거점이며, 중국은 미국의 발을 중동에 묶어놓고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충돌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통신
중국은 사실상 반(反)종교 국가지만 이란의 신정 체제는 전폭 지지하고 있다. 이란을 중국과 밀착시켜 미국·이스라엘과 각을 세우도록 유도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힘을 분산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전쟁이 미·중 패권전쟁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