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법사위원장 등을 선출하기로 한 의사일정 강행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앞쪽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은 29일 페이스북에 “오늘이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이지만 아직 여야 협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이번 주 목요일 본회의에서는 총리 인준안이 반드시 표결되어야 한다”고 썼다. 앞서 민주당은 29일까지 여야 합의로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안 되면 30일 김 후보자 인준안을 강행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를 열어줄 것을 우 의장에게 요청했는데 우 의장이 내달 3일 본회의 처리를 못 박은 셈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에 합의해서 모양새 좋게 가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민주당은 일단 30일 본회의를 더 요청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30일과 다음 달 3일이 며칠 차이 안 나는 것 같아도 국정 안정을 생각하면 하루가 한 달”이라며 “오늘까지는 요청을 계속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경 태세와는 멀어진 기류였다. 이 관계자는 “계속해서 요청은 하겠지만 의장의 결정에 화답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기류 변화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배분을 강행하며 야당 반발이 크게 일었는데 김민석까지 밀어붙일 필요가 있느냐”며 “(김 후보자 인준을) 며칠 일찍 하겠다고 해봐야 여론만 안 좋아지고 의미가 없단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집권당인 민주당 출신인 만큼 법안 통과의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는 야당에 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하고 법사위·예결위를 포함한 주요 상임위를 민주당 위원장으로 채우는 안을 지난 27일 강행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본회의장을 퇴장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7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는 속내는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방탄을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야당이 됐기 때문에 우리를 선택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그릇이 하나도 없다”며 “법사위원장을 갖는 게 법치 수호를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라고도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는 우기면 장땡’이라는 선례를 남겼다”며 김 후보자 추가 검증을 위한 ‘국민 청문회’를 30일 열겠다고 예고했다. “분야별 전문가를 모시고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박성훈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부적격 총리를 밀어붙이고 야당을 협박하는 게 이재명식 협치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여당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과 상법 등은 속도를 늦추지 않겠단 방침이다.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추경안과 상법까지 3일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며 “일정에 변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선 추경안에 포함된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현금 살포’으로 규정하고, 기업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도 ‘반기업적’이라며 반대해 추가 충돌 가능성이 크다.